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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이야기

국내 조종교육의 현실

Jason Park 2010. 4. 22. 12:07

작년부터 울진비행장의 활용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나오던 끝에 국내 유명대학 두군데에 몰아주기식 사업자 선정으로 새로운 비행훈련원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 항공조종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는것은 고무적이나 국내 조종교육의 현실을 너무도 모르고 계시는 분들이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시간낭비를 줄이고자 우리나라 조종교육의 현실에 대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조종에 관련해서는 지난 몇개의 글에서도 알려드렸다시피 전세계의 항공계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입김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다방면에 있어 거의 종속국(?)처럼 되어 버린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빨리 직시하여 대응방안을 찾는것이 어찌보면 후배들의 해야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조종에 관련되어 미국 FAA 의 영향력은 실로 절대적이기까지 합니다.

국내 항공사의 조종사 모집행태를 보더라도 공식적으로 외국의 자격인 FAA 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당연시 되어지는 것이 현실이고, 또한 이 자격이 없이는 국외노선의 비행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인턴조종사를 모집하는 항공사의 경우 지원자들을 모두 미국으로 보내 조종교육을 받아오는 과정을 거치는 이유로 설명될 수 있겠지요.

 

현재 아시아나의 조종사 지원생들 30여명이 미국 Westwind 에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일정기간 함께 교육을 시키는 장점은, 같은 커리큘럼으로 양질의 조종사를 일정한 실력으로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개인이 교육 받아오는 경우는 같은 자격이라 하더라도 저마다의 실력차가 많이 나는 이유로 검증과정을 까다롭게 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보여집니다.

 

아무튼...이렇게 항공사에서 국내의 교육프로그램을 다 제쳐두고 미국으로 훈련생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비행환경이나 조건, 교육프로그램, 비행기의 운용능력, 교관 등..여러가지 산재해있는 문제들 때문입니다.

이에 하나하나 설명을 드리도록 해보겠습니다.

 

 

1. 날씨

 

조종훈련을 하는 학생조종사에게 날씨는 치명적인 비행조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절대적 날씨의 조건으로만 보아도 우리나라는 비행하기에 좋은 날씨는 절대 아닙니다.  비행을 한번이라도 해보신 분이라면 이말에 절대 공감하실 것으로 보여집니다.  시야도 불투명하고 주변환경에 따른 기온변화나 날씨의 변화도 심한편이며 무엇보다 이러한 변수를 고려하면 국내에서 비행훈련을 할경우 미국의 2배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져 곧 비용증가로 연결될 것이 자명합니다.

 

2. IFR

 

계기비행을 의미하는 IFR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습니다.  군용비행장이나 국제공항을 제외하고 민간 훈련생이 연습할 수 있는 공항으로는 몇개 되지 않아 진정으로 제대로된 훈련이 가능할지 의문스러울 따름입니다.  사업용 조종사가 되기위해서 필수적으로 거쳐야하는 IFR 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다면 과연 어떻게 조종사가 될 수 있을까요?

 

3. 비용

 

현재 미국에서 사업용 자격까지 취득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으로 평균 $70,000 정도 예상합니다.  물론 더 저렴한 비행학교도 있지만 제대로 된 학교로 진행해서 평균을 계산했을 때 나오는 비용이며 체류비는 제외한 금액입니다.  반면 국내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 이번에 설립되는 울진비행원의 경우 항공대와 한서대가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44,000,000원을 예상하더군요.  단적인 비용만을 계산하면 국내가 저렴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1년에 마쳤을 경우의 기준이며 이런저런 이유로 추가되는 기간을 예상하면 결코 그 금액으로 조종교육을 이수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더구나 문제는 그렇게 국내에서 취득한 자격으로 평생 비행을 할 수 있는가인데...전혀 아닙니다.  추후 항공사에 입사했을 경우 다시 미국으로 유학하여 추가교육을 받아 FAA License 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사업용의 경우 최소 $20,000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과연 저렴한 비행교육이 될 수 있을까요? 

 

4. 교육내용

 

울진 비행훈련원으로 검색을 하면 항공대와 한서대 홈페이지로 연결이 됩니다.  한마디로 별도의 항공교육원이 아닌 기존에 두 학교의 울진 분원이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한서대 비행교육원 홈페이지에는 "한서대학교 울진비행장 분원"이라고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어차피 기존의 틀에 비행장만 빌려주는 형태로 진행되는 교육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 생각해보셔야 할 부분입니다.

 

 

클릭하시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학생들이 국내교육기관을 배제하고 왜 미국으로 유학을 하고 있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교육방법과 실라버스 때문입니다.  추가적으로 그 과정을 통한 FAA License 를 취득하기 위한 것이지요.

FAA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역시 다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각자의 능력에 따라 배우는 방법에 따라 저마다의 실력에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때문에 항공사에서는 그 부분도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지금까지는 일률적으로 후보들을 모집해서 일정한 교육프로그램을 함께 이수하게 하여 항공사에서 요구하는 일정수준을 그나마 비슷한 수준으로 맞출 수 있었는데, 저마다 다른 학교에서 다른 방법으로 교육을 받다보니 실력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죠.

 

미국에서도 그러한데 국내에서 열악한 환경을 통한 교육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항공대 홈페이지를 보면 이런저런 미사어구를 사용하면서 국제적 수준의 비행교육을 제공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어느나라 기준의 국제적 수준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FAR PART 141 기준으로 교육을 한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이 역시 불가능 합니다.  Cross Country 기준만을 보더라고 우리나라에서는 할 수 없는 비행조건인데 어찌 수준을 맞춰 교육을 한다는 것인지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말 그대로 수준만 그렇다는 것인지...

 

미국에서의 비행교육을 받는 학생의 경우 이곳저곳의 비행장을 이착륙하면서 비행경로에 대한 학습과 다양한 활주로에 대한 경험을 체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또 그래야만 하는 교육과정이지요.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하나의 활주로에서 뜨고 내리기를 반복해야하는 환경에서 얼마나 비행훈련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코스훈련만 반복해서 자동차 운전면허를 주고 고속도로를 주행하라고 하는것과 무엇이 다를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일방적으로 우리의 교육환경과 특정 비행학교를 비방하기 위한 글은 아닙니다.

다만 현실을 모르고 착각속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시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드리는 글이니 다소 오해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5. 졸업 후 진로

 

국내교욱을 염두에 두시는 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 국내에서 운영하는 비행원이고 국가에서 지원금도 주는 과정이니 졸업 후 뭔가 장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분들께 충고를 드리고 싶습니다.

항공사는 자선단체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선택기준은 다른 어느것도 아닌 "실력"입니다.

어디서 교육을 받았는지는 그 다음이겠죠.  무조건 유학이 좋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엄청난 돈을 들이고 유학해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노력해서 좋은 실력을 만드냐는 것입니다.

 

좋은 실력을 만들기 위해 좋은 교관과 좋은 환경,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야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확율도 보셔야하고 이런저런 전후과정까지 고려할 때 국내에서의 교육이 얼마나 장점으로 작용할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맏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종을 환상으로 생각하는 몇몇 학생들을 위해 다시한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절대 영화의 조종사처럼 화려한 모습을 상상하시면 안됩니다.  직업으로서의 조종은 영화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정말 열정이 있고 항공기에 대한 끝없는 애정이 없는 사람은 도전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그러한 시간과 노력, 돈으로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기까지입니다.

어디가 좋다 안좋다의 의미보다 정확하게 현실을 알고 도전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고려해서 본인의 미래설계에 반영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