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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이야기

삼키지 않을 고기

Jason Park 2010. 6. 4. 11:39

 

 

 

 

 

많은 국민의 세금을 들여 만들었던 울진 비행장의 활용을 두고, 궁여지책으로 만들어낸 비행훈련원의 실용성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조종사 수급에 따른 항공사의 입장변화나 지원자들의 분위기를 지켜보았었는데 최근 돌아가는 상황이 그냥 두고볼 일은 아닌 듯 하여 몇자 더 끄적거려보려 합니다.

 

10여년 전만해도 조종사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민간항공사의 공채지원으로 항공사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먼저 교육을 받은 후 입사하여 기간을 두고 갚아가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대한항공의 경우 이러한 제도를 전액 지원자 부담으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항간에는 노조의 주 세력인 민간교육생의 유입차단으로 세력축소를 시도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으나 그만큼 민간 비행훈련생들이 많이 늘어가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항공사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될수 있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중구난방격으로 저마다 다른 실력차를 보이는 문제점도 있기는 하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은 외국인 조종사를 수용할 명분도 세울 수 있고 가만히 앉아서 충분히 훈련된 조종사를 거져 먹겠다는 심정도 있을 것이며, 또한 추가적으로 군 조종사의 유입을 유도하는 입장으로 선회하는 속내를 보이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체적인 상황이야 그렇다치고 지금 걱정이 되는 것은 이렇듯 많은 국민의 세금을 낭비했던 울진 비행장이 또다시 자신들의 실수를 덮어버리기 위해 더 많은 세금을 쏟아 부으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훈련생 일인당 천만원씩 지원하겠다던 계획도 밑빠진 독에 붙는 물이고, 전후상황이나 추후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이는 우려속에 강행하고 있는 것도 탄식에 찰 일인데, 이렇게 낭비하는 세금이 향후 더 들어가야할 것 같다는 예상입니다.

 

천만원이면 가격에 대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으나 그렇지 못한 결론이 나오자 더 많은 지원금을 주겠다고 하는 모양입니다.  어떻게든 시작은 거창하게 해야하니 세금을 쏟아 부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고, 이를 모르는 국민들은 자신의 돈이 어느 주머니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손 놓고 있는 겪이 아닐까 싶네요.  세금은 그렇다치고 죄없는 학생들은 어떻게 될지 더 걱정입니다.

학생과 부모들을 설득하여 입학은 시켜놨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어느정도의 자원을 배출할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애초 계획했던 인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꽤나 많은 학생들이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차 지원자 모집에 턱없이 지원자가 부족하자 전례에 없던 항공사 조종사들까지 동원하여 거창한 설명회도 했습니다.  많은 학생들과 부모들이 참여했고 정부관계자의 다양한 정책설명에 신뢰를 얻은 것인지 많은 학생들이 추가 모집되었던 것 같더군요.

 

그 학생들이 앞으로 지불해야할 금액은 어차피 정해져 있는 것이고,  현지 훈련도중에 어떤 환경에서 또 얼마의 돈이 더 들어갈지 예상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울진 공항은 정말 벽오지입니다.

대중교통이라고는 시외버스 정류장 하나이고 주변에 제대로 된 기반시설도 없을 뿐더러 정말 중요한 학생의 교육을 위한 시설이라고는 기본 청사와 가건물 몇개가 전부인데, 물론 추가로 공사를 하겠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좋은 건물을 지을지 의문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어차피 몇십명의 학생을 보고 새로운 인프라가 생겨날 이유는 없을 것이고, 결국 학생 자신들이 돈을 들여 해결해야할 부분이라는 판단입니다.  서울에서도 4시간 이상의 운전을 해야 갈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접근성도 그다지 좋다고 볼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도시에 기반을 둔 이유로 잦은 원거리 이동으로 인한 금전적 낭비와 기반시설이 없는 이유로 추가소요될 금액까지 생각한다면 그 금액은 오히려 정부에서 세금으로 주는 금액을 초과할 것으로 보여지는군요.

 

아무튼...지금까지의 조건들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습니다. 더 걱정인 것은 학생들의 미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의 배부른 돼지들이 과연 익지 않은 고기를 먹으려 할까요?

주인의 강압에 몇번 입은 대기도 할테고, 입에 넣는 척도 해보겠지요.  하지만 결국에는 뱉어낼것이 자명합니다.

 

바로 옆에 잘 익은 고기들이 널려있는데 익지 않은 고기들을 먹을 이유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더구나 항공사에 입사하기 위한 기본조건인 비행시간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고 현실적으로 천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만들어야하는 입장에서  200여시간의 비행시간만 만들고 추가비용을 들여 유학을 하던가 아니면 부기장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겠지요.

 

지금 제가 우려하는 이 많은 것들이 결국 기우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그러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입니다.

 

항공분야로 도전하는 많은 후배들이 자신의 꿈을 기성세대의 욕심때문에 접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을 알아가면 갈수록 안타까움만 배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오지랍인가 싶네요.

 

이제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올 가을부터는 본격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내년이면 어느정도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여집니다.

지금 우려했던 것들이 현실화가 될지 아니면 더 나은 해법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항공분야의 선배로서 더 면밀히 지켜보아야할 일임에는 분명한 듯 합니다.  

 

 

그들의 행운을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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