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제자들에게 즐거운 공부법을 전수하고자 정기적으로 다녀오는 장소가 있습니다. 용산의 전쟁기념관, 과천의 국립과학관 그리고 오늘 소개해드릴 국립중앙박물관이 바로 그 의미있는 학습공간입니다. 흔히 박물관이라고 하면 어린 시절 학교에서 행사처럼 다녀오는 단체관람의 기억을 많이 떠올립니다. 친구들과 단체로 관람을 하게되면 학습의 시간이라기 보다는 놀이의 시간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작 기억에 남는 것은 없는 체험에 불과하게 되는 것 같더군요. 저 역시 어린 시절의 기억이 그러했고, 그래서 아들이나 제자들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의미로 남기기 위해서는 사전에 공부해야할 것들이 있고, 반드시 주말이 아닌 평일에 가야하며, 단체로 방문했다고 하더라도 개별적으로 관람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마침, 이번 달까지 진행하는 특별전에 이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학생들과 시간을 만들어 지난 금요일에 다녀왔습니다. 중고생들은 학교에 별도의 체험학습으로 신청을 했고, 직장을 다니는 제자들은 월차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많은 인원이 함께하면 관람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어 가급적 소수의 인원으로 꾸려봤습니다.
보고싶었던 전시는 [쇠.철.강 철의 문화사] 와 [왕이 사랑한 보물] 이었는데, 틀별히 제 관심을 끄는 전시는 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의 18세기 바로크 보물을 전시한 [왕이 사랑한 보물]전이었습니다. 제 예상을 깨고 학생들은 오히려 "쇠"에 더 관심이 많더군요. 아무튼, 어렵게 시간을 만들어 박물관 개장시간에 맞추어 도착했습니다.
10시...역시나 학생들의 단체관람으로 가득합니다. 물론 우리가 관람할 예정인 특별전과는 관련이 없어 다행이었습니다.
두 전시를 통합권으로 구매하면 반값에 살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먼저 '쇠"부터 보기 시작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관심을 두어 보아야 하며, 이전에 강의했던 부분과 연관시켜 한 가지만이라고 기억하고 자세히 보라고 지침을 주고 시작했습니다. 또한, [가이드 온]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관람하라고 추천도 했습니다.
전반적인 역사도 이해하고...
예술로 표현한 작품도 감상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역사도 알아야지요?
무기로 활용했던 시절부터...
생활용품으로 전환되는 시기와 그 이유까지...
마지막 대미는 역시 예술이었습니다. 철이 도구에서 시작해 무기를 거쳐 예술로 이어지는 과정이 참 멋지더군요.
다른 녀석들보다 유난히 오래시간 집중하며 관람하는 녀석이 있었습니다. 남다르게 보였습니다.
하나의 주제로 전국의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을 모아둔 특별전의 의미는 아주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러 지방의 박물관을 찾을 일도 흔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많은 유물 중에서 유명세를 띄는 국보급 유물들에 눈이 먼저 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사소한 도구와 같은 유물에까지 관심을 두기는 불가능에 가깝겠지요. 그래서 이번 전시와 같은 특별전은 쇠라는 하나의 주제로 의미를 짚어가며 시대별로 정리해주는 동시에 평소 알지 못했던 유물의 가치에까지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특별전은 빠뜨리지 않고 관람하라고 추천하는데, 역시 제가 주도해서 데리고 가지 않으면 잘 다녀오지 않더군요. ^^;;
"쇠"를 보고나니 오후 1시가 넘었습니다.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하여 점심식사를 하며 조금 쉬기로 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오전 관람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물었더니, 녀석들의 절반은 이미 보물전까지 보고 왔더군요. 그러면서 보물전은 5분이면 된다고...--;; 개인적으로 더 관심이 많았던 보물전을 5분만에 보고왔다니 조금 불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오전 관람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계와 철의 관계에 대해 어느정도 관심을 끄는데는 성공한 듯 싶었습니다. 나이가 있는 제자들은 조금 더 깊이있는 내용에 대한 질문도 하더군요. 나름대로 즐겁고 재미있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오후 관람은 그래서 오전에 늦게까지 함께했던 고등학생과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고 또 역시 개별적으로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독일의 역사와 왕권, 특히, 강건왕 아우구스투스의 예술에 대한 집착이 이번 전시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아주 특별하게 다가오는 왕이었습니다.
300년이 넘도록 잘 보존된 예술작품같은 석궁과 화살 보관함은 감탄 그 자체였습니다.
상아 작품
크로노스 상인데, 섬세한 예술적 표현을 감상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금속과 기계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작품입니다.
30분이 넘도록 발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던 작품입니다. 비록 실물이 아니라 사진이었지만, 그래서 더 오래 머물게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이런 사진이 나올 수 있을까도 고민하다 별도의 설명을 통해 알게된 사실까지 정말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입니다. 혹시 가보실 분이 있다면 이 사진앞에서 사진만 찍지 마시고 그 작품의 세계에 빠져보시기를 바라고 싶네요. 작품의 이름은 [무굴 제국의 왕좌]입니다.
섬세한 금속세공을 통한 장식이 인상적인 탁자장식입니다.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예술적 가치가 아주 높은 작품입니다. 작은 조각으로 이루어진 인물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정도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오른쪽 훈장인데, 사람들은 칼에 박힌 다이아몬드에 더 관심이 많더군요.
마지막 전시관은 도자기관이었는데....이 작은 도자기 인물상에 섬세한 표현이 놀랍습니다.
그 밖에도 정말 놀라운 작품들이 많았는데, 오후 4시가 넘어가니 체력의 한계가 오기 시작하더군요. 역시 공부도 체력이 지원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아쉽게도 마지막 도자기전은 마이센만 기억한 체 서둘러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많이 한산해졌군요.
오늘의 관람을 전반적으로 정리하자면, "쇠.철.강"은 기계를 공부하는 제자들에게 기계를 대표하는 금속의 대표적 물질인 철의 기원부터 역사, 가공에 이르는 다양한 과정을 인류의 역사와 함께 둘러보며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고, 금속이 도구와 무기를 거쳐 예술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아쉽게 제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보물전"은 보다 더 많이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눈이 생기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경험이었네요. 관람 후 수업시간에 제 경험과 느낌을 짧게나마 표현하면서 더 많이 공부하고 자주 가보면 보는 눈이 생긴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역시 아는만큼 볼 수 있고, 보이는 만큼 감동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 두 전시는 이번 주 일요일까지 관람할 수 있습니다. 즐거운 공부의 기회가 될 수 있으니 꼭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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