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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이야기

항공정비사와 항공영어

Jason Park 2010. 5. 14. 11:02

항공정비사에게 영어란 어쩌면 우리말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고가의 장비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으로 작용하는 것이 정확성과 정직성인데, 이 정확성에 근거가 될 수 있는 항공기 메뉴얼이 모두 영문으로 되어 있고, 그 해석능력이나 활용능력이 곧 정비사의 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대부분은 아마도 항공기 메뉴얼을 보신 경험이 없으실겁니다.

본 블로그 "항공학습자료" 폴더에 Cessna 172 의 메뉴얼 일부를 올려놓기는 했지만, 기종에 따른 차이와 민항사의 대형항공기를 다루기 위해서는 보다 전문화된 용어들을 많이 알아야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용어들이라는 것이 영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것들도 많거니와 있다고해도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도 많고, 이런저런 이유로 줄여서 사용하는 약어들과 줄임말들도 영어에 많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용어에 대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전문서적과 경험자의 도움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현역시절에도 많은 공군 정비사들이 T.O (Technical Order 의 약자로 전투기용 Manual 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를 보지 않고 기성 정비사들에 답습되어 온 정비지식으로 정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저 역시 초기에는 그러한 방식으로 배울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불함리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받아들이는데 힘든 시간을 거쳐야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의 정비사들이 왜 T.O 를 안보고 선배들에게 배운데로만 정비를 할까...하는 질문에는 그들이 영어를 모르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더군요.  어차피 당시의 정비사들은 시작단계에서 전문교육을 받지도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배웠기 때문에 오랜시간 경험에 의해 알게되는 정비지식으로 정비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한 관습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어 근대에까지 이르게 되었고 지금도 많은 정비사들이 T.O 보다는 자신의 경험이나 머리를 믿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비사는 절대로 자신의 머리를 믿어서는 안됩니다.  자신의 경험이나 정비지식을 믿는 순간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고, 때문에 정비사는 각종 수치들도 왜워서는 안됩니다.  모든 작업을 Manual 에 의해 확인한 이후 작업을 해야하는 것이 맞는 것이지요.

 

 원칙은 그렇지만 영어로 만들어져있는 T.O 를 보는 일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하고 많은 노력을 해야하는 이유로 지금도 많은 정비사들이 요령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언젠가는 그 요령에 한계를 보게 됩니다.  제가 정비사 시절에 남다른 경험과 경력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T.O 를 열심히 봤기 때문입니다.

 

선배들에게 전해 들었던 정비지식으로는 부족한 점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 해결책으로 T.O 를 보면서 많은 것을 알게되었으며 어느순간 선배들을 넘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지요.  아무리 군대라 하더라도 실력앞에서는 계급은 둘째가 될 수 있는 것이 공군입니다.

아무튼...이렇게 T.O 의 힘을 절감했던 저이기에 지금도 많은 후배들에게 그 중요성에 대해 많은 강조를 하고 있습니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처음보는 단어들과 각종 약어들을 이해하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을 소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느순간 그 원리와 원칙을 깨우치면서 오히려 한글보다 쉬운 느낌을 받기 시작했지요.  당시에도 한글로 번역되어 있는 T.O (T.T.O 라고 불렀습니다.)가 있었으나 오히려 번역과정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들 때문에 더 이해하기 어려웠지요.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항공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차라리 영어원문 그대로 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많이 이야기 합니다.

 

이러한 항공영어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으며, 공군에서도 신입 부사관들의 자질이 점차 높아지는 이유로 영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근래에는 부사관들에게도 토익성적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부사관에 지원했다가 하차했던 제자의 이야기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정말 요즘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영어에 투자하고 있고 항공정비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유학도 점차 일반화되어가는 느낌입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항공정비사를 지망하는 많은 학생들이 아직도 잘못된 정보로 많은 시간낭비만 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이러한 항공분야에 필요한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은 현재로서 FAA 교재 외에는 없습니다.

일반인이 항공기 메뉴얼을 구할 수도 없는 것이고, 기초적인 항공관련 지식부터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책은 역시 FAA A&P Textbook 입니다.

 

항공사를 지원하는 사람이나 부사관을 지원하는 사람이나 항공을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항공영어입니다.

조종사의 경우는 ICAO 에서 주관하는 항공영어 레벨평가라는 것을 거쳐야합니다.  하지만 정비사는 그런것이 없었지요.  그래서 제가 관련 협회를 통해 정비사를 위한 항공영어 레벨평가제도를 만들어 진행해보고자 합니다.

관련 담당자들과 협의중에 있으며 조만간 정식으로 공지하고 시행할 생각에 있지요.

 

항공사 입장에서도 그렇고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정비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지망하는 학생들에게도 그 시작단계에서부터 제대로 공부해서 보다 우수한 정비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항공기 정비를 하든, 조종을 하든, 개발을 하든...비행기와 함께하고 싶은 많은 학생들에게 전합니다.

 

 

지금...이 글을 보는 순간부터 영어공부 제대로 하시기 바랍니다.  공부해서 절대 후회하는 일 없습니다.  배우면 배울 수록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지금 당장 영어책부터 펴시기 바랍니다.

 

※ 아래의 그림은 실제 항공기 Schematic 의 일부입니다.  클릭하시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