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자 [동아일보]
요즘 취업시장에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습니다. 공기업부터 시작된 변화의 바람이 대기업으로 전이되고 있는 분위기에 차별 없는 경쟁을 환영하는 입장과 그동안의 투자와 노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역차별이라는 입장이 공존하고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저는 찬성의 입장이고 조금 더 변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채용과정에서 변별력과 신뢰도를 높여야하는 부분이 과제로 남아있고, 보다 면접에 대한 투자와 방법에 고민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변화는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닙니다.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언급했던 탈스펙과 인성면접의 구체적 표현이 블라인드 채용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환영하는 입장이야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고 이해할 수 있겠지만,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취업을 준비하는 방법에 더 어려움이 커졌다고 봐야겠지요. 그 이유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방식의 변화가 더 많은 경제적 투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데, 또 학생들은 학원으로 몰리고 있더군요. 이제는 제대로 좀 바라봐야 할 시기인데, 아직도 수동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먼저, 기존의 스펙을 인정하지 않는 변화의 바람이 왜 일어났는지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스펙의 경중이 최근에 기업의 입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재상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것인데, 또 학원에서 같은 방식으로 동일한 학습을 반복하게 된다면 기업은 또 다른 방법으로 면접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대학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인데, 대학에서 현재까지 가르치는 내용이 취업에 필요한 지식이라고 생각했던 학술적 정보에 제한되었고, 그런 지식마저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더 이상 좋은 대학과 취업이 연결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줄어가는 입학생에 대한 대안으로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하겠지만, 학생의 입장에서는 대학만 믿고 따라갔던 우물 안 개구리였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벌어졌다고 봅니다.
이제는 대학만 의지하지 말고 자신의 공부를 해야 합니다. 주는 밥만 먹던 새가 둥지를 떠나서 제대로 자신의 먹이를 잡아먹으며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이제는 직접 벌레를 잡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또 학원에 엄청난 돈을 주면서 먹이를 구걸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자신이 도전하려는 분야에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만나고 정보를 나누며, 실질적으로 필요한 능력을 키우셔야 합니다. 취업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는 조직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들과 진지한 대화를 해봐야 합니다. 누구를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에 따라 배우는 것과 관심도가 변화되는데, 늘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만 만나서 어떤 발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이 시대에 자신보다 10년은 앞서있는 사람들과 만나셔야 합니다. 어떤 분야라도 상관없이 나이가 든 사람들과 만나서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배우셔야 합니다.
그렇게 몇 년 투자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면, 사람이 무엇인지, 조직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되고, 면접관의 어떤 질문에도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습니다. 면접장에서 받는 어떤 질문에도 정답은 없다고 보셔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정답을 찾아 학원을 전전하고 있는 것이 또 다른 시행착오로 이어질까 두렵네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역시 정답은 없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는 것이 최선이며, 그래도 부족하다면 자신이 더 성장해야 합니다. 남의 힘을 빌어서 작성한 이력서로 취업한 직장에서는 오래 근무하기도 어렵거니와 결코 즐겁지도 않을 시간이 될 겁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하는 이력서도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먼저 자신에 대해서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학생들을 상담해보면 자신의 장단점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제일 먼저 제가 주문하는 연습이 자신에 대한 공부입니다. 부족한 부분을 객관적으로 평가 받고 그에 대한 보완과정이 필요하겠습니다.
그렇게 작성한 이력서는 자신을 잘 말해주는 지표가 되고, 그 지표와 조직의 인재상이 맞으면 취업이 되겠지만, 안되면 그 회사는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보셔야 합니다. 싫다는 사람에게 아무리 구애해도 소용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셔야 합니다. 충분히 노력하고 자신을 정확하게 표현했다면 자신과 잘 맞는 회사를 찾아야 합니다. 제 경험상 대기업에 맞는 사람과 중소기업에 맞는 사람은 다르게 보입니다. 보수적인 조직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과 활동적인 기업에 잘 적응할 사람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에 적합한 사람이 대기업만 도전하다 지쳐 포기하지 마시고, 중소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가겠다는 생각을 하시기 바랍니다.
8월 10일자 [동아일보]
여러 사회적 경험을 통해 성장하며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찾고 능동적인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 모델이 제가 추구하는 성장의 방식입니다만, 이런 좋은 예가 오늘 신문에 나왔더군요. 프랑스의 사례이지만 아주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예로 취업을 준비하면서 후배들을 돕기도 하는 모임을 만들어가는 과정인데, 초기이기는 하지만 긍정적인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해서 미래가 기대되는 커뮤니티입니다. 7년여 시간동안 여러 인연으로 만났던 학생들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주기적인 만남도 있고 다양한 나눔을 기회로 친분도 넓혀가는 곳입니다. 항공분야로 제한하지 않고 다양한 기계분야에 속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면 취업을 넘어 즐거운 직장생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나중에 직장 상사가 될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니까요. [관련 글....네이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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