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즌이 다가오면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대한 이야기를 최근에 많이 나누고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같은 이야기를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지만, 사람마다 다르게 이해하고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하기도 하기 때문에 다소의 노고를 즐겁게 생각하며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신문에도 크게 언급되고 있었지만, 최근 불고있는 블라인드 채용의 변화는 "한국어를 못하는 한국인"을 걸러내기 위한 과정의 결과물이라고 저는 바라보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추구하는 문제풀이와 단순 암기에 주력했던 사람들은 친구들과의 농담이나 가십거리에 대한 단순한 대화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조금 더 진지한 대화나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 혹은 나이가 든 사람들과의 대화에는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결과적으로 타인과 깊이있는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뜻이 됩니다.
이러한 소통능력의 부재가 곧 조직생활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장기적 시선에서 인재를 채용해야하는 항공정비사 취업에는 큰 장애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갈수록 소통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유추해보면 중고생 과정을 거치며 대화보다는 암기에 의한 학습패턴이 굳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에 제자로 맞게 된 한 중학생과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과거에 비해서 필요한 교육과정이 점차 줄어가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대화는 물론이고, 선생님이나 부모님과의 대화도 어려워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력서와 자소서를 써가는 과정에서도 많은 대화를 하게 되는데,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 너무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어떤 질문에도 표면적이고 상투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는 사람이 많고, 머리에는 있으나 표현이 어려워 당황해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꾸준하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묻고 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정확한 답변을 작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이런 과정이 결국 면접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기초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로 표현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가 됩니다. 적절한 단어를 활용할 수도 있어야 하고 억양이나 어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비로소 섬세한 대화가 가능해지겠지요. 하지만 이런 훈련이 전혀 되지 않는 요즘의 교육과정을 이수했던 학생들은 나이 차이가 조금만 있어도 대화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방법이 독후감이나 감상문입니다. 독후감에 대한 이야기는 몇 차례 글을 썼던 기억이 있는데 그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해볼까 합니다. 저는 매 달 학생들에게 책 한 권을 선정해서 읽게 하고, 독후감을 쓰게 합니다. 처음에는 자율적으로 쓰게 했지만, 약간의 강제성이 부여되어야 그나마 쓰게 되더군요. 지난 9월에 선정했던 책이 아래의 책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재미있다는 평이 나와있던 이유도 있었지만, 두께에 비해서 읽기 쉽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람들간의 이야기라는 부분이 끌려서 선정했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순간의 느낌이나 생각을 메모를 해서 기록합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다양한 사람들 간의 감정과 고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제가 가르치는 제자들의 나이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안성맞춤의 교재가 될 수 있었지요. 하나의 에피소드가 지날 때 마다 생각나는 학생이 있고, 그들에게 어떤 이야기와 질문을 던질지를 메모해 두며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모두 읽은 후에는 메모를 모두 정리해서 전반적인 흐름을 돌아보고, 학생들과 나눌 이야기도 다시 떠올리며 따로 글을 쓰게 됩니다. 그래야 정확한 내용을 인지할 수 있고, 대화를 나눌 때 어려움이 없지요.
학생들에게 독후감을 쓰라고 했더니 꽤나 어려워 합니다. 대부분은 소설의 줄거리 요약이고 몇 줄의 느낌을 적는 것이 고작이지만, 그래도 글로 써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이 큰 의미가 있습니다.
글로 써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꼭 같은 주제로 대화를 해보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쓰는 것과 말하는 것이 또 다른 능력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말을 하면서 비로소 머리에 기억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단어를 사용할지도 결정해야 하고, 써보지 않았던 표현을 쓰면서 조금씩 언변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이런 훈련은 비단 독후감뿐 아니라 영화 감상문이나 일상의 대화에서도 가능합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늘 지난 며칠간의 이야기를 묻고는 합니다만, 아무런 의미없는 답변으로 일관하던 학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 질문의 이유를 알게되고,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나이든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참으로 보람있습니다.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능력이면서도 중요도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하는 능력에 하나고, 배우는 시간도 꽤 오래 걸리는 공부이니 미리 염두에 두고 연습하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지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배워야하는 능력이기도 하고, 나이에 맞는 소통능력을 지속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사실도 아셨으면 좋겠군요.
원활한 소통능력을 소유하게 되면, 최소한 사람으로 받게 되는 스트레스는 많이 감소하게 될 뿐 아니라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저는 경험으로 확신합니다. 꼭 배워두세요.
마지막으로 10월의 책으로 선정했던 [라틴어 수업]의 한 구절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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