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한 청년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AEROKOREA 라는 이름으로 후배들을 지도하던 초기, 20대 초반의 나이에 찾아왔던 청년입니다. 시간이 흘러 안정된 직장생활과 함께 연애도 꾸준히 이어오더니 결혼이라는 큰 관문을 자신있게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흔히 결혼을 연애의 결실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는 시작의 의미로 해석합니다. 삶에서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행복을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크기로 느끼게 되겠지만, 이를 위해 그만큼의 고난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힘든 결정을 축하와 함게 응원해주고 싶어 청첩장을 받고 AEROKOREA 맴버들이 활동하는 카페에 공지도 했지만, 워낙 오래전 맴버인데다가 최근에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혼식까지 참석할 정도의 친분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저 혼자 참석해서 조용히 축하만 해주고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결혼식이 있던 지난 주,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결혼식 당사자는 모르지만 제가 외로울 것 같다며 함께 참석하고 싶다는 청년이 나타났습니다. 올해 초부터 저와 인연을 만들어오던 청년인데, 최근 많은 변화가 보여 긍정적으로 생각하던 청년이었습니다. 결혼식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던 이 청년과 통화를 마친 후, 확신이 생겼습니다. 내년에 좋은 소식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기대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혼식 전날이 되었습니다. 혹시, 용기가 없어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어 다시 확인하는 글을 카페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참석하자 강조했고, 그런 말을 하게된 배경도 설명했습니다. 축하의 댓글은 많이 달렸지만 참석하겠다는 말은 없어 그 정도로 만족했습니다.
드디어 결혼식 당일이 되었습니다. 1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서 여유롭게 식장을 감상했습니다. 규모가 큰 교회에서 진행되는 예식이라 시간과 공간에서 많은 여유를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조금은 서늘한 바람이 부는 날씨였지만, 따스한 햇살의 기운이 적당한 상쾌함을 만들어주는 기분 좋은 토요일이었습니다.
입구부터 화사합니다. 교회 건물에서 느껴지는 다소 경직된 분위기를 꽃이라는 존재가 많이 풀어주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어디에선가 이 꽃과 같은 역할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꽃으로 장식된 계단을 내려가 예식장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신랑신부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예쁜 공간이 나오더군요. 잠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축하의 마음을 보냈습니다.
예식장으로 사용될 예배당의 모습입니다. 이정도 규모의 예배당은 저도 참 오랜만이네요. 장소가 넒어 오히려 하객이 적어보이는 여유(?)가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염려도 되었지만, 곧 부질없는 생각이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결혼식은 역시 꽃입니다.
예배 형식의 예식이라 긴 시간이 예상됩니다.
드디어 신랑을 만났습니다. 가족들을 바라보니 그 인성의 이유가 확인되었습니다.
신랑과 기념사진도 촬영했습니다.
깜짝 선물처럼 찾아온 청년들과 기쁜 마음에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장소 덕분에 연애와 결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었고, 각자의 생각을 들어보며 조금 더 개개인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졌습니다.
예식이 시작되고, 많은 하객들에게 축하를 받는 신랑의 모습에 감동이 밀려옵니다.
뜻 밖에 반가운 만남도 있었습니다. 결혼식 주인공이 열심히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에 함께 만났던 청년인데, 오랜만에 예식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군요. 현재는 공군 7년차 정비사로 재직중인데, 메너리즘에 빠져있다며 조만간 찾아오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딱 그런 고민을 할 시기라며 반가운 만남을 기약했습니다.
결혼식 후 식사까지 마치고 인근의 카페에 모였습니다. 우연히 만들어진 모의면접의 모습입니다. 항공사 지원을 준비하는 후배가 선배 정비사를 만나며 이런저런 질문을 하다가 면접까지 하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참 바람직한 모습이지요?
추가로 참석했던 맴버들까지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해서 놀랍기도 했고, 감동도 했습니다. 개개인이 결혼식에 참석하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이 자리에 함께하는 이유는 같을 것으로 믿어지기 때문입니다. 결혼식이 있던 날 저녁, 신랑으로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저만큼이나 감동을 했던 모양인지 감사의 마음을 장문에 담아 보냈더군요. 참석자들에게도 같은 마음을 전했고, 또 한 번의 배움이 되었다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다음 주말에 또 한 명이 결혼을 합니다. 행복한 소식이 이어지는 반가운 가을이네요. 더 좋은 소식 전하기 위해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이 글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이 가을에 행복한 일 많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후원금은 후배들의 안정된 교육에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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