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 전 제자 중에 한녀석이 부사관에 합격하여 입대한다는 글을 쓴 기억이 있습니다.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녀석의 얼굴이 아직도 선하게 보이는 듯 한데 그녀석이 갑자기 어제 제 사무실로 불쑥 찾아왔더군요.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입대후 한달간 이런저런 훈련과 최종테스트를 통해 마지막 선발과정이 진행된다고 하더니 그 과정에서 탈락을 한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슨 문제가 있어서 나온것인지...아무튼 녀석의 얼굴을 보는순간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부사관을 목표로 정비사 자격증만 4수끝에 취득했고, 부사관시험도 3수만에 붙어서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던 도전이기에 누구보다 기뼈해주고 올여름 멋진 모습으로 재회할 것을 기대하며 보냈던 녀석은 거무스름한 얼굴과 짧은 머리를 하고 다시 제 앞에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가 가장 궁금했지만...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중도에 포기했다는 인식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의식되었는지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었으나 이런저런 자초지종을 듣고싶어 조심스래 물었지요. 처음에 말도 안되는 횡설수설을 하던 녀석은 진짜 이유를 재차 묻는 제게 다소 놀라운 말을 하더군요.
"교수님....저 유학가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녀석의 말에 당황스러웠지만 그 이유를 듣고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녀석의 말은 이러했습니다.
입대전, 본인은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고, 어렵게나마 자격증도 취득하여 어느정도 자신감에 깃든 상태로 부사관에 지원하였고 이제는 본인이 원하던 미래를 향하여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입대하여 동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보면서 자신이 정말 초라하고 아무것도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하더군요.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자격증은 이미 그들 사이에서는 이미 "기본"이 되어버린 상태로 치부되었고, 이런저런 다른 조건들과 실력을 비교해보니 자신이 너무도 모르는 것이 많고 초라하게 느껴졌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각양각지에서 많은 경험과 실력을 가추고 지원한 많은 지원자들과의 경쟁에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이대로 진행하다가는 자신이 원하는 특기조차 받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어 중도에 포기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모든 이야기를 나누고나니 어느정도 이해는 되었습니다.
어차피 눈에 보이는 결과가 예상된다면 다시 준비해서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고싶다는 생각에 어느정도는 동의를 해줄 수 밖에 없었지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이라면 어떤 생각을 하실까요?
한편으로 공군에 지원하는 많은 인재들의 수준이 높아졌다는데에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 항공계의 미래는 분명 지금까지와는 달라질 것입니다. 기존 정비사들의 설 자리도 점차 줄어들테고 이제는 진정 노력하지 않으면, 경력만 있다고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가 곧 올것 입니다.
늦게나마 현실을 깨닫게된 제자에게는 위로의 말과 함께 다시한번 도전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주었습니다. 후배들이나 제자들에게 늘 해주던 말이 있습니다.
"너의 경쟁자는 지금 네 옆의 친구가 아니라 다른나라의 학생들이다~!"
매번 말씀드리지만 우리나라는 항공산업에 있어서는 불모지라고 생각하셔야합니다.
대학은 말할것도 없으려니와 제대로 된 교육시스템조차 없습니다. 기초를 무시하고 시험방법과 요령만 알려주는 더이상 교육같지도 않은 교육에 연연하여 보이지 않는 미래에 돈낭비하지 마시고 정확하게 알아보고 준비하시기를 바랍니다.
서점에서 항공정비에 관련된 책이 있나 찾아보셨나요? 항공기에 관심이 있어 정비에 대한 공부를 해보고 싶어 여기저기 찾아보신 경험 있으실 겁니다. 각종 문제집외에 이론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한 책이 있던가요?
여러 대학이나 교육시설에서 활용하는 책들은 여기저기서 짜집기를 해 자체적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식 출판된 교과서가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오랜시간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나서야 길을 찾고 뒤늦은 후회를 하거나 다시 도전하기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했던 후배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제는 한발이라도 먼저...앞을 제대로 보고 달리실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도전하시기 부탁드립니다.
다음주...그 녀석이 같은 꿈을 가지게된 친구와 함께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날은 녀석들이랑 소주라도 한잔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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