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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야기

목 마르지 않아도 우물은 파야한다.

Jason Park 2010. 11. 10. 14:17

우리 옛말에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행동으로 옮긴다는 의미인데 요즘 제가 아주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부분이지요.

블로그에도 수도없이 댓글이 달리고 메일과 전화, 상담까지 하지만 문의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항공분야가 아닌 전혀 다른 분야에 있는 학생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요리나 음악, 미술분야에 종사하거나 배우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으니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왜 항공관련 전공자나 관련 학교 학생들의 문의는 없을까.....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지요.

그 해답은 바로 "착각과 함정"이었습니다.

자신이 항공관련하여 종사하거나 배우고 있는 환경에 처해있는 경우 소속기관이나 학교를 맹신하는 착각속에 자만과 확신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나 길을 찾으려 하지 않으려는 함정에 빠져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래전...

제가 정비사로서 첫 발을 내딛는 시점에 경험했던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하사로 임관하여 첫 배속지이자 마지막 배속지가 경북 예천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인근의 문경이나 영주, 상주등 조금 큰 도시들이 잘 발달되어 있고, 고속도로까지 연결되어 서울까지 그리 오랜시간 달리지 않아도 되는 거리에 있는 도시가 되었지만 20년 전만 하더라도 서울에서만 자랐던 제가 보는 예천이라는 도시는 70년대 영화 셋트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영화나 TV 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풍경들이 제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고, 그 곳에서 7년이라는 세월을 보내야한다는 저의 운명에 한없이 갑갑함과 자괴감에 빠져 있었지요.  대도시 인근의 공군부대도 많은데 왜 하필 내가 이 벽오지로 오게 되었을까를 되내이며, 운도 따라주지 않는 제 운명에 탄식도 했었습니다.

더구나 비행단의 운영기종도 최신기종이 아닌 폐기를 앞두고 있는 60년대 노후기종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최악의 상황은 기수당 5명밖에 나오지 않았던 특기가 한 부대로 2명이나 왔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왜 최악인지는 부사관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잘 아실겁니다.

진급과 관련하여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희소한 특기들의 경우 한 부대에 2명이 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튼...그렇게 고민과 한탄속에 지내는 동안 제게 다른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현실에 처해있는 당시의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 환경에서 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상해보면 이 때가 제 인생에 가장 목이 마른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군요.

끊임없이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서 구할 수 있는 모든 기술서적을 탐독하기 시작했고, 영어공부와 할수 있는 모든 시간을 만들어 공부에 투자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온통 들어차 있었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 많은 사람들과 정보를 얻을 수도 있었지요.  노력의 과정에서 많은 부산물도 따르게 되었지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남들이 모르는 다양한 정보를 알게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찾는 사람에게는 보이게 되어 있고, 볼 수 있는 사람은 잡을 수 있습니다.

결과적인 이야기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노후기종이 있던 부대에서 배웠던 것이 오히려 더 많은 훈련이 되어 다양한 신기술에 대한 공부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도 같습니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수동으로 배운 운전이 더 활용도가 크고 운전실력도 낫다는 것과 비슷한 결과라고 보여집니다.  아주 기초적인 정비부터 배웠기 때문에 그 원리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고, 이후 파생되는 다양한 시스템과의 연계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가 가능하게 된 것이지요.  이러한 경험을 했던 저이기에 지금 공부하는 학생에게 기초지식의 중요함을 단언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은 사회인이 되어 직접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식이 되는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기초를 다지기 위한 배움의 시간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지식 자체는 필요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 배움의 과정에서 느끼고 배우게되는 많은 응용능력과 사고력, 자신도 모르게 학습하고 있는 배움의 자세등이 추후 직장생활에서 은연중에 묻어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때문에 학교에서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는 졸업생과 1분만 대화를 해봐도 거의 판단이 가능하다는 말이 됩니다.

그래서 기초가 아주 중요합니다.

빠른 성장의 요구속에 우리는 결과에 영향이 없다는 이유로 기초적인 내용을 많이 무시하고 살아왔던것이 현실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기초의 중요성을 재인식하여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언젠가 그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항공분야에 도전한다는 사람들이 현실을 무시한체 거대 기업이나 학교에 맹목적인 의지를 함으로 인해 파생되는 시행착오에 대한 책임은 철저하게 본인이 지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어찌보면 항공관련 대학이나 전문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더 큰 함정에 뼈져있는 것이 아닌가 보여지기도 합니다.  자신은 이미 남보다 앞서가고 있다는 착각속에 안일한 생각으로 방관하고 정확한 준비를 하지 못함으로 인해 결국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후회스러운 이력으로 남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주변을 살펴야하며 자신이 가고자하는 목적지를 정확하게 직시하고 그 길에 과연 어떤 장애물들이 있을 수 있을지 미리 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

 

 

 

 

목이 마를대로 마른 사람은 어쩌면 우물을 파기도 전에 죽을지 모릅니다. 

일이 닥쳐서 급하게 서두르다 실수하지 마시고 미리미리 신경써서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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