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라는 직업으로 언제 가장 보람이 있으셨나요?"
어떤 학생의 질문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직업에 대해 조사를 해오라고 시킨 것인지, 지식인으로도 같은 질문을 많이 받고 있지요.
지금은 정비사가 아니지만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 좋았던 기억과 보람을 찾았던 기억이 있어, 오늘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직업적 보람은 그것의 종류에 기인한 것보다는 개인의 성향에 의한 정도의 차이가 더 크다는 생각입니다.
제 경우는 단순하게 비행기가 좋아서 시작된 도전이었기에 비행기 자체를 내 손으로 정비하는 것 자체로도 아주 큰 만족감을 가지고 있었지요. 특히, 쉽지 않은 문제에 도전해서 해결했을 때 더 만족감이 크듯이 남이 해결하지 못하는 결함을 내 손으로 해결해서 항공기를 시운전 했을 때 정상작동 하는 순간...그 기쁨은 가히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감정도 익숙해지고 반감되는 것도 사실이며, 더 자극적이거나 더 큰 즐거움을 찾게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인 것처럼 저 역시 인간이었습니다. 갈구하지는 않았지만 능력에 따라 지위도 오르게 되고 자연스래 책임도 커지는 상황에서 전에 보이지 않던 많은 고충들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근몬적으로는 조직에 대한 순응과 현실에 합리와의 충돌이 가장 컸지만, 조직의 일원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할 때는 참으로 안타까웠던 기억이 많이 있습니다.
책임의 증가는 또 다른 즐거움도 안겨주었습니다.
그저 보조적인 일만 할 때와는 다르게 주도해야하는 입장에서는 전체를 보아야 하고 조직원간의 화합도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지 않는 "일"이 참 많습니다. 모르는 후배들은 매일 하는 일 없이 먹고 논다고 놀리기도 했지만, 정말 모르는 소리지요.
눈에 보이는 일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제가 어느 정도 위치에 올랐을 때 큰 프로젝트를 책임져야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신기종 도입 사업에 참여하여 기술이전에 대한 전반적인 컨트롤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쉽지 않은 일이었지요. 어려운 일일수록 도전의식이 발동하는 저 개인의 특성상 더 흥분하게 되고 열정이 타오르게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도전을 즐기는 것 자체가 제게는 큰 즐거움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도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
미국에서 정비사들이 비행기를 가지고 들어오게 되고, 우리 정비사들이 기술을 전수받고 비행기를 함께 정비하는 시간들이 일년 가까이 진행되게 됩니다. 분해된 비행기를 조립하고 시험비행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함을 함께 정비하면서 기술을 전수하는 방법이지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서 문제들이 하나씩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술용어들이 많은 이유로 영어만 잘한다고 대화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정되었던 영어전공의 통역사들이 한계를 들어내게 되었고 이전과정이 점점 어렵게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당시만해도 정비사 중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고, 있다고 해도 자신의 분야에서만 소통이 가능한 부분이라 전체를 조율하기 힘들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기회는 이 때 제게 찾아왔습니다. 그간 오랜시간 영어를 공부해온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된 것입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제가 뛰어가 직접 해결하기 시작했고, 제가 근무했던 부서의 특성상 모든 항공기 시스템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는 이유로 전 부서를 다니며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부가적으로 하지 않아도 될 일이 늘어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주객전도의 상황이 된 것이었지요.
일은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하며 더 많은 업무가 부여되게 되었고, 외국인들과도 자연스래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저와 함께 팀을 이루어 일했던 후배들은 제 덕(?)에 호된 홍역을 치르며, 평소 업무의 두 배 이상 일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참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하루 4시간 잠만자고 꼬박 일에 매달린 시간이 8개월이었는데, 당시에는 너무 힘들고 지쳤지만 마음은 너무도 행복했기 때문에 아마도 버틸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함께 일했던 후배들을 지금도 만나면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행복했다고 하니, 저만의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정비사로서의 보람이라면 그 대상이 비행기가 될 뿐, 어떤 직업에서도 느끼는 공통된 과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즉,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즐길 수 있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루어졌을 때...말입니다.
영어로는 Contribution & Compensation 이라 합니다.
기여하고 노력한만큼 보상이 따른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제가 일했던 곳에서는 Contribution 만 요구했지 Compensation 은 없었습니다.
참 아쉬운 부분이기는 한데,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제가 떠나온 이후 재능이 있는 후배들도 많이 떠나왔습니다. 보상이라는 것이 꼭 금전적인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가치기준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지요. 인재를 키우는 조직이 있고 인재를 소비하는 조직이 있습니다. 자신이 소비될 것인지 성장할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하는 이유는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행동으로 일관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비사로 일하면서 사소한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제가 공구를 좋아한다고 말씀을 많이 드렸는데, 요즘 수강하는 학생들에게도 많이 이야기 하지만 별 반응들이 없더군요.
어릴 때부터 공구를 접하고 기계를 친숙하게 느끼는 외국 아이들처럼 지금 항공정비를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기계와 친해져야 합니다. 그 시작이 바로 공구라고 말씀드립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학생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공동구매에 대한 반응을 보니 제가 착각을 하고 있었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더군요. 공구...미국에서는 모두가 개인 공구를 사용하고 아주 아끼는 보물같은 존재입니다.
제게도 여러개의 공구상자가 있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공구도 있지만 좋은 공구를 보게되면 거침없이 구매를 하게 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 중 오래도록 간직하며 늘 곁에두고 사용하는 Tool 이 있지요.
멋지지 않나요? 사무실에 오는 학생들마다 보여주면 탐을 내곤 합니다...ㅋㅋㅋ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는 말을 하듯, 공구도 많이 사용해본 사람이 좋은 공구를 제대로 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정확하게 사용해야 일도 잘하고 사고도 예방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런 기초적인 지식을 알려주었을 때 정확하게 이해하고 따르는 학생들을 만날 때 저는 요즘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학생들이 더 많아졌으면 저도 더 행복해지겠지요?
행복해 죽겠어~~~!
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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