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쓰는 김에 하나 더 쓰겠습니다.
인생사 누구에게나 굴곡은 있습니다. 저 역시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들로 고생도 했고 고민도 했습니다.
자신의 치부나 아픈 이야기를 누구에게 털어놓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만, 어차피 저에 대해 공개하기로 한 이상 꾸밈없이 보여드릴까 합니다.
어차피 온라인이 주축이 되어 만남이 이어지는 특성상 대면하고 대화할 시간이 많지 않아 이렇게 누가 볼지 모르는 공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되는 것도 21세기 문화의 한 단편이라 생각합니다.
아직은 저도 얼굴보고 체온을 느끼며 상호간의 입냄새(--;;)까지 맡아가며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니 나름대로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난히도 남을 더 배려하시던 선친의 덕(?)에 청렴한 공무원이셨던 당신께서는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으셨지만 역시나 그 가족은 늘 궁핍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던 어린 시절이 제게는 있었습니다.
장사를 하셔도 남을 더 퍼주시는 이유로 매번 적자로 문을 닫기 일수였고, 그림을 그리실 때도 남에게 그냥 주시기 바빠서 정작 가족은 늘 힘들었었지요.
그런 것은 배우지 말아야지 하여, 저는 다소간의 나눔을 실천하면서도 최소한 제 식구 몫은 먼저 떼어놓고 합니다만, 배운 것이 도적질이라 역시 저도 남을 먼저 생각하는 습성은 잘 고쳐지지 않더군요.
오랜 객지생활로, 돌아가시기전까지 아버지와의 대화는 그리 오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폐암이라는 선고를 받고 돌아가시기까지 9개월의 시간동안 늘 항암제에 취해 계셔서도 그랬지만, 우리네 전형적인 경상도 아버지의 그것 때문인지 늘 가족에게는 말씀이 없으셨던 것도 한 이유인 듯 합니다.
몇 차례의 고비에서 정신을 잃으신 아버지 귀에 어머니와 동생들에 대한 걱정을 떨치시라는 말씀을 드릴 때만해도 저는 참 아버지를 가슴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무렵, 우여곡절 끝에 시작했던 사업이 심각한 위기로 찾아오고 부친의 병세도 악화되어 부친의 상과 사업의 실패를 동시에 겪어야하는 시련을 맞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힘들더군요.
개인적인 고통은 둘째라도, 믿었던 후배에게 인간적인 배신을 당했던 사실이 더 힘들게 했고 극단적인 선택이 이렇게 쉽게 결정될 수 있겠구나 싶은 경험도 했습니다.
어찌어찌하여 시간의 약효로 상처는 아물고 경제적 부채를 모두 청산하던 두 해전...
세상은 참 다르게 보였습니다.
잔꾀 쓸 줄 모르는 우직한 성격이라 늘 주변에서는 네 길을 꾸준히 가라는 조언을 제게 하십니다.
그 말의 진의를 이제야 피부로 느끼게 되었고, 조금은 선친께서 늘상 제게 하시던 몇 마디 안되던 말씀도 이해가 가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소박하나마 작은 꿈도 있습니다.
다시 작게나마 시작한 이 일도 이제 2년을 넘기어 어느정도 궤도에는 오른 듯 합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등고자비의 마음으로 욕심부리지 않고 있습니다.
우연하게 알게된 후배들이나 어려운 학생들의 상황을 그냥 넘기기 힘들어 괴로울 때가 있습니다.
조금만 더 여유가 된다면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공부를 할 수 없는 학생들을 돕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Noblesse 는 아니지만 저 나름대로 생각하는 사회적 Oblige 는 지키며 살고 싶은 마음이기에 그렇습니다.
마흔이 다 되어 선친에게 보여드리지도 못해 한이 되었던 아들을 하나 얻었습니다.
그 아이에게 동생을 하나 만들어 주려 합니다.
그래서 20년 전부터 홀트와의 인연도 이어가고 있으나, 아직 아내의 마음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참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욕심이라 할 수도 있고 꿈이라 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나씩 천천히 등고자비의 마음으로 이루어가려 합니다. 물론 혼자 할 수 없는 일도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뜻 맞는 이들을 많이 만나고 싶은 마음도 그래서 큽니다.
어찌보면 극도로 사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나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의지를 아시는 편이 제가 드리는 말씀에 대한 작은 오해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올리는 글이니 부디 있는 그대로를 보아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가끔 제가 필요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 행동이나 조건을 내새우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모두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단단한 초석을 만들기 위함이니 이해해 주시기를 바라며, 특히 이 분야에 도전하려는 많은 학생들에게 오랜시간 정성으로 갈고 닦아야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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