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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이야기

만드는 즐거움

Jason Park 2017. 6. 21. 17:34

제가 어린 시절에는 풍족했던 시절이 아니기도 했지만, 그 이전부터 내려오던 습관처럼 집안에서 필요한 많은 물건들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시대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가정에도 망치, 톱, 집개, 드라이버 등과 같은 기본 공구들을 가지고 있었고, 집 안팎의 소소한 일거리들을 해결하고는 했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란 저도 자연스럽게 공구를 접하게 되었고, 그 공구를 사용해보고 싶은 욕구로 많은 사고(?)도 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집안에 나사못이 보이면 뭐든 풀거나 조이려 했던 습관이 각종 전기용품이나 카메라, 심지어 시계까지 분해하는 시도를 했다가 혼이 나기도 했는데, 돌이켜보면 이런 경험들이 정비사의 길로 저를 인도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시대가 발전하고 뭐든 풍족하게 구할 수 있는 요즘에는 집에서 무엇인가 만들어보는 경험을 해보거나, 혹은 그러한 시도 조차 구경하기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고장난 물건을 수리하기 보다는 버리고 새로 구입하는 방향으로 사고를 고정하려는 기업들의 광고나 상술이 더 큰 영향이겠지만, 그래도 그 소소한 재미를 느껴보는 기회를 통해서 물건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느껴보는 도전을 저는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항공분야로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학습과정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해보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아내가 사무실에서 사용할 물건이라며 손으로 간단하게 그린 스케치를 보내주었습니다. 평소에 목공을 취미로 했던 남편이 있기에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구미에 맞도록 주문하는 호사(?)도 누릴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그렇게 변화를 시도하고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아내의 모습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대부분은 불편해도 그냥 참고 사용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해결하려고 하는데, 아내는 적극적으로 해소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아주 긍정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내가 처음 보내준 도면입니다.  자신이 필요한 모양만 간단하게 그리고 수치를 적은 그림인데, 제게 주면서 싼 자재로 대충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제가 목공을 하는 것을 주변의 지인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간간히 주문이 들어오기는 합니다만,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렵게 만들어지는지 알고있는 사람이라면 그리 쉽게 주문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내의 입장에서 바쁜 시간 쪼개서 많은 정성을 기울이는 일도 원하지 않았을테고, 사무실에서 사용할 물건이니 크게 완성도를 기대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만, 남편인 제 입장은 그렇지가 않았지요.

아무튼, 도면을 받았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많은 질문을 해야만 했습니다.




여기서, 무슨 질문을 제가 많이 했을까요?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해봤지만, 제가 원하는 답을 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습니다. 결국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고, 그 이유에 대해서 한 시간을 투자해 설명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굳이 나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위와같은 도면을 받게 되면 만드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도면 자체도 정확도가 떨어지는데, 나무라는 재료가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물건의 사용목적이나 하중, 환경 등에 따라서 만드는 방식이나 재료의 두께, 마감처리까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알아야할 부분은 이 물건의 용도입니다. 그에 따라 만드는 재료의 종류나 두께, 방법, 마감처리까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확인해보니 책상위에 두고 파일을 안쪽에 수납하면서, 위에 가벼운 물건을 올려두기도 한다고 하여, 나무의 두께는 얇아도 되겠다는 생각에 14mm 로 결정했고, 내구성도 그리 높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수종도 그리 강한 것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울러, 내부에 물건을 보관할 때 뒷부분이 막혀도 되는지에 대한 협의를 마친 후, 뒷면에 보강재를 덧대는 디자인으로 조금 수정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디자인을 보다 예쁘게 만들수도 있으면 좋겠지만, 한정된 시간에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한 한계로 인해 단순한 디자인으로 얕은 다리만 추가해서 부착하는 모양으로 최종 결정해서 다시 도면을 작성했습니다.  여기서 도면에 표기된 숫자, 즉 치수를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아내가 측정했기 때문에 책상의 조건에 따라 어떤 부분이 변수로 생길지 모르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치에 대한 공차를 알아야 합니다. 결국, 내부의 수치가 가장 중요했고, 외부의 크기는 약간의 여유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정확한 도면이 작성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제작에 돌입하면 되겠지요?  막상 공방에 도착하니 원하는 자재가 없을 수도 있고, 이런저런 변수들이 얼마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변수를 해결하고 적당한 나무를 이용해서 2시간만에 조립은 마쳤지만, 그에 상응하는 시간을 투자해서 사포질을 했습니다. 별도의 도장이나 오일마감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가능한 부드러운 표면상태를 구현해야 했고, 더 많은 공이 들어가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최종 완성된 제품은 별 모양도 없는데 뿌듯한 만족감을 줍니다.









이제 마지막, 사용하는 당사자의 평가만 남았겠지요?

다음 날, 아내의 책상에서 사용하는 인증샷을 받았습니다. 정확하게 잘 맞는다며 만족스러워 했고, 주변의 동료들이 부러워했다는 후문을 들었을 때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습니다.  알고있는 작은 지식과 재주가 소소한 행복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알고 계시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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