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고자비

성장하는 정비사들의 공동체 AEROKOREA 를 이끌고 있습니다.

성장하는 정비사 공동체

항공이야기

4차 산업혁명과 항공정비사

Jason Park 2017. 7. 24. 14:11

 

 

 

 

 

알파고의 여파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많아짐에 따라 미래의 직업에 대한 관심도 증가되는 것 같습니다. 현재의 직업 중에 60% 는 없어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긴다는 보도에 정비사나 조종사등과 같은 항공기 관련 직업의 지속여부에도 질문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의해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이라면 어느 정도 미래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이나 위험한 일을 로봇이 대신 해주는 이점도 있지만, 인간보다 효율이 좋은 로봇이 인간의 직업을 대신할 수 있는 위험도 어쩌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 따라 새로운 직업이 생기기도 하겠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습성에 사로잡혀 잃게 되는 직업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네요. 일반적인 견해에서 로봇이 대체하는 일은 단순노동으로 일관되는 직업이 대부분입니다. 일정부분 인간과의 대화와 약간의 대응이 필요한 일까지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하며, 나아가 조금 더 수준 높은 지적능력이 필요한 직업인 경우도 현재 인공지능의 개발속도를 감안하면 멀지 않은 시점에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사항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이나 인공지능도 결국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고, 그 능력의 한계 역시 인간의 상상력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의 개발속도라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기계나 인조인간이 나올 가능성도 염려하지 않을 수가 없지만, 오늘은 직업적인 측면만 바라보도록 하겠습니다.

 

 

항공기 정비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가장 그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는 직업적 행위는 Troubleshooting 이라고 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고장탐구라는 명칭으로 번역되기는 합니다만, 문제가 생긴 항공기의 결함을 찾고 그 원인을 해결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아날로그 일색이었던 과거에는 이런 능력을 오로지 인간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고, 이 능력을 가진 일부 정비사들은 최고의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오랜 시간과 비례하여 다양한 경험과 노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능력이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비행기도 디지털 시대를 맞게 되고, 컴퓨터의 대중화와 특정 정비사에게 의존하는 운용상의 위험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병합된 산물이 각종 Troubleshooting Equipment입니다.

 

 

기계적인 결함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일은 비교적 눈에 보이는 상황을 판단하고 조치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숙련이 되는 과정을 거치면 대부분의 정비사들이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전기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눈에 보이지 않는 회로에 대한 이해와 각각의 장비, 부품간의 연계성까지 이해해야만 Troubleshooting 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갖기 어려운 능력입니다. 이 부분이 정비사에게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부분인데, 그래서 찾은 방법이 관습정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의 경험상 해결되었던 원인을 같은 결함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휴대폰의 고장으로 서비스 센터를 방문하게 되면 결함현상을 이야기 해주게 됩니다. 요즘 휴대폰은 Module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특정한 기능을 담당하는 부품들이 하나의 덩어리 형태로 조립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기능을 담당하는 Module(덩어리)만 교체하면 간단하게 수리가 되는 원리로 만들어지지요. 이 경우, 장점은 수리가 빠르고 쉽게 이루어진다는 점과, 복잡하게 Embed(내장회로化)시켜 기술의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사용자의 입장에서 불필요한 부품까지 교환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고, 수리하는 사람도 단순 노동에 불과한 형태로 업무가 단순화 되어 직업적 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단점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게 되면 결함만 듣고 바로 해결책을 찾아서 그 원인도 모르는 상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습관이 생기게 되고, 항공기도 그렇게 정비하는 행위를 관습정비라고 합니다. 바쁘기 때문에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이 효율이라는 미명을 덧씌워 관습정비를 당연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군요. 이런 정비행위가 비단 항공기 정비에 국한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까이 보면 우리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가정에서 각종 전자제품의 A/S 도 대부분이 이런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문제는 관습정비로 제대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때가 되겠습니다. 의사의 경우에는 다른 부작용으로, 가정에서는 추가적인 비용발생이 생기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의사도 A/S 기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요?

 

 

실수로 불필요한 부품을 교환했다면, 원래대로 돌려놓거나 그 부분에 대한 비용은 받지 않아야 하는데, 오히려 잘못된 정비행위로 벌어진 부작용까지 소비자가 감수해야 하는 일이 많이 벌어지기 때문에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집에서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의 서비스를 받을 때 이런 부분에 대한 확실한 답을 듣고 수리를 의뢰하고 있지만, 역시나 한계를 느낄 때가 참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관습정비를 무조건적으로 나쁘다 비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혹은 여러 이해관계에서 발생하는 자연적 현상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항공기 정비사의 직업적 생명력을 논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더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조금 다른 이야기로 접근해보려 합니다.

 

 

인공지능에서 제공하는 지능이라는 범위는 아직까지 데이터의 수학적 계산이나 확률적 통계범위의 응용수준에 불과합니다. 물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나타나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지만, 역시나 학습의 시간과 시행착오를 통한 데이터가 필요한 것은 인간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여기서 인간의 학습방법과 인공지능의 학습방법은 아직까지 다른 부분이 많다고 봅니다. 시행착오를 통해서 학습하는 부분은 같다고 볼 수 있겠지만, 통계범위를 벗어나는 부분에 대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예측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장기적으로도 쉽게 넘보기 어려운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기 정비사라는 직업은 아직까지도 인간이 해석하거나 수정할 수 없는 결함이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기계가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에 하나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간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항공기의 시스템을 감안하면 최소한 조종사보다는 직업적 안정성이 높을 수 있다고 판단은 되네요. 하지만, 한 편으로 방심하기 어려운 위험성이 느껴지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항공기의 결함을 찾고 해결책을 알아내는 과정을 컴퓨터가 담당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장비라는 것이 물론 항공기 매뉴얼을 제작하는 단계에서 예측할 수 있는 결함에 대한 Troubleshooting(고장의 원인을 찾는 행위)과정을 프로그램화 시킨 것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그 범위가 넓어져서 사용범위가 절대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장비들이 참고용으로 사용하는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정비사들이 필수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고, 정비의 효율성이나 운용자의 입장에서 신뢰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지만, 정비사들의 능력을 오히려 낙후시키는 폐해도 가져오게 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장비로 해결하다보니 정비사들이 매뉴얼을 보고 공부하지 않고, 점차 컴퓨터에 의지하는 상황까지 이르고 있는 현실이 참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네요. 마치,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다가 지도조차 볼 줄 모르는 길치가 되어버린 운전자와 다를 것이 없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학습효과를 도입한다면, Troubleshooting 장비의 능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하게 됩니다. 결국 항공기 정비사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Troubleshooting 은 상당부분 기계에 맞기고 단순한 노동자로 전락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됩니다. 단순한 노동은 역시 로봇이 대체할 수 있다고 보면, 정비사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인공지능도 하기 어려운 Troubleshooting 이 가능한 유능한 소수의 정비사들은 최고의 대우를 받을 것이고, 단순 작업을 반복하는 정비사들은 로봇과의 경쟁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겠지요. 이런 현상은 현실적으로 이미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비사라는 직업은 꾸준히 공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입니다. 비행기는 계속 발전하고 있고, 많은 비용이 필요한 정비 업무를 경영자 입장에서는 가능한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꾸준히 경험하고 공부해서 일차적으로는 항공기 자체를 충분히 이해하는 정비사가 되는 것이 기본이고, 장기적으로 변화에 대응해서 또 다른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정비사가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변화를 통해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도 생각해 보시면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유능한 정비사가 Troubleshooting 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면 인공지능이 따라오기 어렵다고 저는 봅니다. 그 이유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항공기 시스템의 결함 양상도 다양해지고 초기에 장비로 해결할 수 있는 결함들도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스템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결함들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시스템이라고 다를 것은 없습니다. 단순한 신호체계의 유무에 따른 결함분석 단계는 기타 기계적 조건이 완벽하다는 전제하에 있을 수 있는 일인데, 항공기도 기계인 이상 사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에 노출되게 되고 이론적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결함이 점차 증가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인공지능이 감당하고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기는데, 여기서 인간의 창의적 발상이나 통찰능력이 발휘될 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

 

 

실제로 제가 전투기를 정비하던 시절에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었고, 그 이후 T-50, F-15 등의 기종에 대한 경험과 여객기 매뉴얼에 대한 분석을 통해 내린 결론입니다. 가깝게는 자동차의 결함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겠습니다. 신차의 경우라면 대부분 예측이 가능한 결함이 주로 발생하고 그에 따른 원인을 미리 예측한 데이터를 정비 산업에 적용하기도 하며, 부품이나 장비의 운용정책에까지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게 되면, 운전자의 특성에 따른 기계의 변화라는 변수가 생기게 됩니다. 어떤 환경에서 운용되는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결함부터 운전자의 사소한 습관에서 발생하는 결함까지 예측범위를 벗어나는 다양한 결함들이 속출하게 됩니다.

 

 

이런 부분까지 고려하지는 않는 것이 자동차 정비계의 현실이고, 오히려 이런 불편으로 차를 교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펴기도 합니다. 저는 1995년 생산된 차를 운전하고 있습니다. 큰 결함이 없고 내구성이 좋아서 선택하기도 했지만, 가끔 결함이 나오는 현상을 보면 보통 정비사들이 찾기 어려운 독특한 현상이 보입니다. 나름대로는 재미를 느끼며 원인을 찾아보고 결함을 해결해가는 즐거움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비행기는 자동차보다 더 가혹한 환경에서 더 오래 운용되는 기계장치입니다. 더 복잡하고 더 많은 사람을 태우기 때문에 그 정비의 중요성은 자동차와 비교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정비사의 중요성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이런 시대적 변화에 대응해서 기업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점차 항공 산업이 발전하는 단계에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선진국에 비해 초보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장기적인 직업적 전망은 아주 밝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항공사의 소식만 들어봐도 시장의 성장에 따른 인력수요 증가는 정비사라는 직업에 도전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소식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대기업의 정비사로서 소비되는 개인으로 남지 말고, 적극적으로 변화에 대응하여 최고의 대우를 받아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퇴직 이후를 생각해서라도 젊은 시절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변화에 대응한다면 더 많은 기회도 찾아올 것으로 믿습니다.

 

 

 

 

 

 

   

 

 

 

매일 아침, A&P 강의와 함께하세요~!

 

 

 후원금은 후배들의 안정된 교육에 사용됩니다.

 

 

 

 또 다른 많은 이야기들은 아래에 있습니다.

 

 

전체보기

 

[AEROKOREA]

[Membership]

항공전자실습

무료강의

유료강의


항공이야기

조종이야기

정비이야기

취업/유학 설명회


일상속 정비

자동차이야기

목공이야기

취업이야기

[공동구매]


A&P 자료

A&P 강의

항공학습자료

항공강의

Aviation English


Jason's Story

What's up~!


사진자료

동영상자료

블로그북

'항공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항공산업 취업박람회 관람기  (0) 2018.09.10
2017 ADEX 관람기  (0) 2017.10.20
광고와 정보의 차이  (0) 2017.07.11
GE 의 혁신  (0) 2016.07.29
2015 ADEX 방문기  (0) 201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