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최선의 노후준비는 자녀교육"[바로가기 클릭]이라는 제목으로 노후에 발생할 수 있는 자녀문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했었습니다. 저는 돈을 많이 버는 일보다, 자녀의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준에서 조금은 남다른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이는 일들을 많이 하게 되는데, 오늘은 그 중에 몇 가지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결코 제가 하는 이 일이 누구나 해야할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어차피 어느 누구도 가보지 않은 인생을 살아간다는 시점에서 현재까지 제가 알고있는 지식의 한도에서 가장 나은 선택이라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재 AEROKOREA 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공부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강조하는 부분은 가능한 한 즐겁고, 재미있게 공부하라는 말입니다. 어차피 해야하는 공부라면,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서 노력해 보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초등학생인 제 아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3학년이었던 작년, 벌써부터 아들의 친구들은 방과후에 여러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더군요. 다소 불안해하는 아내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저의 교육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고 예체능을 제외한 어떤 학원도 보내지 않기로 합의가 되어 있었지만, 그 불안함은 없어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과정에서 약간은 안도할 수 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유난히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친구 하나 없이 10대 시절을 보냈던 저의 경험을 거울삼아, 제 아들에게는 조금 다른 경험을 통해 저보다 나은 삶을 살아볼 수 있도록 많이 노력했습니다. 유난히 부끄럼도 많았던 저를 그대로 닯아, 지금보다 어린 나이에는 낯선 사람들과 인사조차 하기 힘들어하던 아들이 조금씩 경험이 쌓이며 나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남들 앞에 서보는 기회를 다양한 무대 경험을 통해 마련해 주었고, 역시나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던 와중에 작년에 꽤 큰 경험치를 만들 수 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정책적으로 영어교육이 시작됩니다. 영어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학교에서 진행하는 영어말하기 대회가 있었는데, 친구와 함께하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습니다.
대회라고 하면 선뜻 나가기 어려워하는 것이 이전의 모습이었는데, 1년동안 공부했던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어린시절부터 영어에 대한 재미에 집중에서 훈육했던 효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들은 대회에 나가겠다고 했는데, 문제는 친구였습니다. 인근에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하나 있었지만, 워낙에 부끄럼이 많아 지금까지 각종 대회는 물론이고 회장선거에도 한 번 나가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작년 10월, 열흘에 걸친 긴 연휴 이후가 대회였고,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약 3주로 넉넉한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주 볼 수 있는 인근의 친구가 좋다는 결론이었지만, 그 녀석은 참 난공불락이더군요. 어찌어찌 부모님과 협의하고 각종 회유와 협박 끝에 답을 얻었고, 차근차근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대회였기 때문에 고학년들도 많이 나올테고, 저마다 영어학원의 도움을 받아 유창한 영어실력을 뽐낼 것이라 생각했던 저는, 입상보다는 영어공부와 대회참가라는 경험을 통해 즐거운 배움의 기회를 가져보는 것에 목표를 두고 시작했습니다. 1분에 걸친 짧은 대화를 영어로 해야하는데, 적당한 주제를 선정하는 것부터 대본, 연습까지 어려운 부분이 꽤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지키면서 대본부터 직접 써보고, 영어로 변환하여 연습했습니다. 아이들의 주된 관심사인 라면과 치킨이 주제였고, 쉬운 표현으로 재미있게 장난처럼 원고를 쓰고 웃으며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대회라는 것이 엄청난 긴장의 연속이기 때문에, 평소에 많은 연습을 통해 몸에 익혀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저는 직접 체험했기 때문에 알고 있습니다.
다소 지루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연습을 했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가능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게 연휴가 끝나고 대회가 있기 전날, 저는 마지막 연습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상보다는 즐거웠던 기억을 상기시켜주었고 실수만 하지 말고 연습한데로 집중해서 하라고 했습니다. 내심 장려상이라도 주면 고맙겠다는 생각을 했을만큼 아이들의 집중도도 좋았고, 내용적 측면에서도 3학년의 수준에 걸맞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작은 상 하나 정도는 주어서 용기를 주는 것이 제대로 된 학교이고 교육정책이라고 저는 생각했지만, 역시나 현재의 교육체계를 알기 때문에 그리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대회 당일, 교내에서 비공개로 진행했기 때문에 오로지 아이들에게 후기로 전해듣는 것이 전부였지만, 실수하지 않고 재미있게 웃으며 잘 했다는 소식을 저녁에 들었습니다. 선생님들도 잘했다시며 많이 웃으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아이들이 참 대견스러웠습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좋은 추억이었고, 그 부끄럼 많던 녀석은 꽤나 용기를 갖게 되어, 부모님도 많이 좋아하시더군요. 조촐하게 나름의 축하파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더군요. 아이들은 물론이고 여기저기서 축하을 많이 받았습니다. 나름대로 노력한 결과가 훌륭해서 아이들과 축하도 많이 했습니다만, 무엇보다 재미있게 공부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아이들이 가질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저는 믿습니다.
즐거운 공부의 또 다른 예시로 친구들과 놀기가 있습니다. 물론 노는 방법에 핵심이 있는데, 방학이라는 시간을 이용해서 아들의 단짝 친구들과 함께 여러가지 활동을 활용하는 공부입니다. 방학은 보통 4주 정도 기간이 되고, 한 주에 하루 평일에 시간을 만들어 여기저기를 다니고 있습니다. 박물관이나 전시장을 다니며 공부도 하지만, 물놀이도 하고 실내놀이터도 다닙니다. 지난 주에는 미세먼지가 너무 많아, 예정했던 야외활동을 취소하고 집에서 일일 어린이집처럼 운영했는데, 꽤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만들다보면 아이들끼리 소모적으로 노는 시간보다는 제가 직접 관여하며 배울 수 있는 경험들을 만들 수 있어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는 아들 친구들과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했고, 그렇게 몇 해가 흘러, 지금은 자연스럽게 삼촌이라 부르며 잘 따릅니다. 야외활동은 여러가지 해볼 것들이 많이 있어서 몸으로 움직이며 배우는 경험들이 많아 선호하는 편이지만, 지난 주와 같이 실내에서 보내야하는 날은 조금 더 신경을 써야하는 날입니다. 또래 남자아이들이 모이면 게임에 열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못하게 할 수는 없으니 가능한 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겠지요. 그래서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으로 유도했고, 저도 함께 참여하면서 코딩의 기본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독후감 작성방법에 대한 설명을 하며 간단히 글도 써보고, 보드게임이나 콘솔게임을 이용해 운동도 했습니다.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친구들이 뭉치면 문제가 발생하고, 다시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배려심도 배우고 타인의 생각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같은 방식으로 대상이 넓어지면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겠지만, 단계적으로 학습하는 과정이 지나면 무난하게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으리라 저는 믿습니다. 책으로 배울 수 있는 지식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이 사회성이라 불리는 대인능력이라고 요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많이 느끼게 됩니다. 많이 암기한 사람보다는 많이 경험한 사람이 되는 것이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핵심이 아닐까요?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능력....그것이 곧 경쟁력인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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