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보통 학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것이 또 쉬운 이유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로 많은 인원이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창시절의 친구가 가장 오래 지속되는 관계로 발전하기 좋고, 어린 시절부터 많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편하게 발전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렇게 너무 편한 관계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바라는 기대치가 높고, 그에 반하는 행동으로 쉽게 틀어지기도 합니다. 유난히 소극적인 성격인 덕분에 제게는 학창시절조차 친구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극소수 친구와의 관계만 이어오다가 세월이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고교시절부터 남다른 각오로 변화를 시도하면서 친구들이 좀 늘기 시작했었죠.
그 후, 대학과 대학원까지 다니기는 했지만 직업을 바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남을 이어올 수 있는 기반이 바뀌니 역시나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가기 쉽지는 않았습니다. 결혼 후 서울에서 정착하는 과정에 새로운 친구라는 것이 만들어질 기회가 없었는데, 물리적으로 가까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이어진 소통의 시간들이 친구로 발전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더군요. 그렇게 만들어진 친구 몇 명이 몇 주 전에 조졸한 모임을 가졌던 이야기를 오늘 해보려 합니다. 이런 사적인 이야기를 말씀드리는 이유는, 새로운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행복을 소개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저에 대한 소개의 목적도 있습니다. 말로만 사람들과 소통하라고 해봐야 아이들은 듣지 않습니다. 스스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소개하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효과가 있어서, 직접 실행하고 결과를 들려주는 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모인 친구들은 10살의 나이차부터 다양한 직업까지 어느 하나 저와 공통점이 없는 관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많은 나이 차가 있는 친구는 제가 공군에서 상사 계급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다른 부대에서 전속(전입)으로 합류하여 약 1년간 함께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병장출신입니다. 기간으로 따지면 20여년을 알아왔던 시간이었지만, 사는 곳이 평택이라 일 년에 한 번 얼굴 보기도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간간히 시간 만들어 여행도 함께 다니며 연애와 결혼까지 꾸준하게 공유했던 사이입니다. 두 번째 친구는 제가 잠시 영업을 배우던 시기에 고객으로 만났던 인연인데, 지역적으로 가까운 거리였던 이유로 가장 자주 만나던 친구였습니다. 2002년에 만났으니 꽤 긴 세월이죠? 결혼도 비슷한 시기에 했고, 부부간에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친구입니다.
마지막 친구는 제가 결혼식을 진행할 때, 웨딩 촬영을 해주었던 인연입니다. 웨딩 박람회에서 만나 촬영을 마친 이후에도 꾸준히 교류하다가 위에서 언급했던 두 번째 친구의 결혼식 촬영을 소개해주며 더 가까워졌지요. 이런 인연들이 서로 알게 되면서 가까워지고, 일년에 한 두번 만나서 술자리도 이어갔는데, 아이들이 성장하고 사회적으로 바쁜 시간들이 이어지며 점차 멀어져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도 모두 한 자리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았고, 평일 저녁에 시간을 만들어 밤에 만나고는 했는데, 이제는 지역적으로 너무 멀어진 이유로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게 되었고, 평일 하루를 투자해서 제부도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유난히도 추운 날씨가 이어지던 지난 2월 7일, 퇴근 후 차를 달려 제부도로 향했습니다. 물론, 이 모임은 공식적으로 아내들과의 협의가 어렵지 않도록 신뢰도를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평소에 의미있는 모임으로 각자의 가정에도 충실했고, 아내들과 동반모임도 꾸준하게 이어가며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퇴근 후 열심히 달립니다. 차가 많았습니다.
차로는 처음 가보는 제부도~!
물 때가 맞지 않아 식사를 하고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굴로 식사를....저렴합니다.
실하지요?
숙소에 들어와 안주를 만들어...
각자 집에서 가져온 술로 시작했습니다.
숙소에 들어온 시간이 밤 11시였기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간의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느라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더군요. 중년의 남자들이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학생들에게 물으니 상상도 못하더군요. 주된 이야기는 가족, 건강, 사업입니다. 마침 4명 중에 3명이 사업을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남은 한 명의 친구에게도 사업을 준비하라는 이야기와 함께 각자의 사업에서 어려운 부분을 많이 들어주고 조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끝에, 제게는 책을 내보라는 말을 하더군요. 출판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과연 누가 구매할까 싶어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아침 6시가 되었습니다. 잠을 자야 귀가할 수 있으니 아쉬운 잠자리에 들게 되었지요.
눈을 뜨니 11시가 넘었네요. 해가 중천~!
이렇게 예쁜 펜션이었는지 몰랐군요.
바다를 놓일 수 없지요?
바닷가에서 맛 좋은 커피도 마셔봤습니다.
애초에 제부도로 모임 장소를 정한 이유도 각자의 거주지에서 비슷한 거리였고, 여유있는 곳에서 도시를 벗어나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제부도는 꽤 좋은 장소였던 것 같네요. 커피를 마시며 또 다른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제 초등학생이 되는 아들을 키우는 친구는 먼저 경험한 노하우를 묻기도 하고, 몇 가지 사업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고민은 모두 비슷하더군요. 교육사업이라는 특징 때문에 조금 차이가 있는 부분을 제외하면 저도 같은 고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서로에게 위안도 되어주고, 응원하는 말도 나누다 보면 그간의 스트레스도 많이 없어집니다. 평일을 이용했고, 각자의 집에서 술을 공수한 덕분에 저렴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네요.
만들어지기 참 어려운 인연들입니다. 제게는 이웃집 친구나 아들 친구의 부모도 같습니다. 진심으로 다가가고 상대를 위하는 마음을 먼저 보여준다면 나이가 들어서도 친구를 만들기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장점도 있지요. 물론, 그만한 시간을 투자해야 가능한 일이겠으니 저마다의 가치관에 따라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제 입장에서 늘 강조하는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모범을 보여야겠습니다. 더 좋은 인연 많이 만들어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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