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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야기

자녀의 취업을 고민하는 부모님께...

Jason Park 2018. 2. 19. 14:56

다소 늦은 나이에 부모가 되어 아이를 양육하며 느끼고 성장하는 과정이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시간이 아닌지 돌아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보낸 지난 시간들 또한 제가 성장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던 것도 같습니다. 이 두 가지 경험이 병합되면서 학생들의 미래를 고민하게 되고, 시대의 변화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눈이 조금은 생기는 것도 같네요.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적절하게 공급하기 위해 우리는 양질의 음식을 고르게 먹어야 합니다. 자칫 영양의 균형이 무너지면 다양한 질병으로 이상증상이 나타나게 되고, 그 대표적인 예가 감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음식의 중요성에 대해서 자주 잔소리를 하게 되지만, 역시나 크게 아파보기 전까지는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스무 살 전까지 우리의 몸은 거의 성인의 모습으로 성장하지만, 그에 어울리는 마음의 성장에 적절한 투자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까지 학교교육은 수능에 집중되어 있고, 문제풀이와 암기에 치중된 학습패턴으로 진정한 지식조차 얻지 못하는 현실에 아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한 준비는 기대조차 어렵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가정에서라도 학교공부보다 참다운 인간이 되기 위한 교육을 시켜주었어야 하는데, 부모들은 진학이나 취업에 더 관심이 많은 모습입니다. 우리 부모들이 그런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습되었고, 다른 대안을 모르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신의 경험을 정답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고 인간은 평생을 공부하며 살아야 한다고 옛 성인들이 그렇게 강조했던 모양입니다.

 

 

건강한 몸을 만들이 위해 좋은 음식이 필요하듯, 건강한 마음을 만들기 위해 좋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어떤 음식을 먹는지에 다라 몸이 달라지듯, 어떤 경험을 하는가에 따라 어떤 사람이 되어 가는지가 결정되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경험에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따른 경험들이 크게 차지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어떤 사람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경험으로 이어지는가에 따라서 배우는 내용이 달라지고 그에 비례하여 성장하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늘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물론 실행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그렇겠지요. 그래서 젊은이들에게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연애로 빗대어 설명하고, 그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역시 많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성장기에 아이들이 늘 만나던 사람들만 만나서는 성장이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친한 친구라고 하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거나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공통점으로 친근해진 친구끼리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기 때문에 늘 반복적인 일상을 이어가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성장해서 성인이 된다면 나와 다른 것을 배척하거나 틀리다는 생각으로 고착화 되는 문제를 만들게 됩니다.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지식이 불변의 진리라는 믿음으로 자리 잡게 되면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과 소통의 문제를 만들게 되고,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가 늘어만 가는 현상을 겪게 됩니다. 그런 “고집불통 노인네”가 되지 않기 위해 저도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수시로 경계하고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쉽게 사고가 굳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변화가 사회의 변화로 이어지고,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취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소위 탈스펙이니 블라인드 채용이니 하는 말들이 유행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대안을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그래서 지난 주, 학생들에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누어 설명해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위의 사진은 지난 주, 학생들에게 설명하며 요약해본 “사회인이 되기 위한 조건 10가지”라는 제목의 수업 내용입니다. 취업은 곧 사회인이 되기 위한 시작단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고민해보는 과정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과거, 제가 성장하던 시절만 해도 이 사회와 국가도 외형적 성장에 집중하던 시기였고, 자연스럽게 그 이전 세대의 교육에 대한 갈증이 반영되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공동체 사회를 유지했던 덕분에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한 훈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던 시절이었습니다. 가정에서는 형제와 부모, 조부모까지 이어지는 소규모 사회 훈련이 이루어졌고, 더 나아가 이웃이나 지역사회에서 공동체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어른들을 공경하며 기본적인 예의나 교감, 사랑, 존중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에 성장한 후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전체주의를 표방했고, 힘을 가진 소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집단적 사고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겠지만 제가 중요하게 언급했던 개인의 인성에 영향을 주는 많은 훈련들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인성에 대한 훈련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지던 시대에는 지성으로 대표되는 학교교육의 정도가 곧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었고, 소위 “가방끈”이 긴 사람이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그런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상대적 가난으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없었던 현실이 트라우마로 남았는지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가 없네요. 이런 과정을 거치며 성장했던 기성세대는 부모가 되는 방법에 대한 교육도 없이 아이들을 양육해야하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미래는 고사하고 현실에 대응하기도 바쁜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바라보고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이미 사회는 그렇게 앞만 보며 달려온 부모들이 키운 아이들이 변화를 주도하는 시대가 되었고, 기본적인 인성을 성장시키는 훈련이 핵가족화와 지역사회 공동체의 붕괴로 이전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취업하는 과정에서 기업들도 많은 문제를 겪게 되고, 채용과정에 변화를 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생산성이나 노동력이 중요한 시대에서는 지적능력이 탁월한 사람들이 역량을 발휘했겠지만, 혁신적인 사고와 협력이 중요한 시대에서는 소통능력이 중요한 능력이 됩니다. 하지만,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살아온 아이들이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는 경험을 해보기 쉽지 않았을 것이고, 더해서 의미가 퇴색된 이전 방식으로 암기한 지식이 가득한 머리로는 복잡한 사회현상을 이해하기는 더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기업들은 학교를 넘어서는 교육체계를 가지게 되었고, 지적능력이 탁월한 사람보다는 조직의 일원으로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많은 젊은이들은 더더욱 스펙에 연연하게 되었고, 말 그대로 스펙만 화려한 인재로 남게 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기업들은 무의미한 스펙보다는 사람 그 자체를 진지하게 판단하는 면접에 집중하게 되고, 채용과정은 점차 까다롭게 변해갑니다. 이런 현실이 이미 수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인성에 집중한 취업준비를 했던 제자들은 스펙과 관계없이 원하는 기업에 모두 취업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대기업에 국한된 변화이지만, 점차 중소기업으로 전파되는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생각도 변화하고 개인의 삶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시대가 되면서 전체보다는 개인의 생각이 존중되는 시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이 존중받는 것은 긍정적이고 저 자신도 타인을 배려하는 개인주의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지금은 그 과도기적 성격의 문제들이 표면에 나타나는 듯 보입니다. 기업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교육체계에도 문제가 있지만, 문제만 비판할 것이 아니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4차 산업혁명이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떤 준비를 했는가에 달려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전까지의 방식을 버리고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훈련이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 답은 역시 인간의 감정입니다.

 

 

아이들에게 지식경쟁력이 떨어진 대학에만 의지하도록 방치하지 마시고,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지 깨우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 공부라는 것이 결국은 자신이 직접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해야 하는 부분이라면, 학원보다 다양한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요? 없는 형제를 만들어 줄 수도 없으니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면서 나이를 초월한 관계에 눈을 뜨게 해주시면 어떨까요? 더 나아가 부모와의 관계를 조금 더 진보적 관계로 만들고, 이웃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무런 생각 없이 일류대학을 나오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교육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면, 초기에는 조금 의아해하는 녀석들이 많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설명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넘고 나서야 비로소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을 알아가더군요. 어쩌면 기존의 시스템과 상반된 이야기라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용기가 필요한 부분임을 알기에, 저를 믿고 아이들을 보내주시는 부모님들이 더 존경스럽고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합니다. 혼자가 아닌 다른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 운명이라면,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능력은 어쩌면 미래의 첨단사회로 갈수록 더 중요한 능력으로 부각될 것입니다.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점차 줄어가기 때문이지요. 비단, 취업이나 성공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 가족 간 발생하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여 힘들게 살아가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이 더 현명한 교육의 방향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결국, 인간 그 자체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능력은 성공과 행복을 모두 가질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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