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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 Park 2018. 4. 23. 16:49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지요. 적지않게 왜곡된 해석을 많이 하지만 원래의 뜻은 나와 적을 잘 알면 전쟁에서 위험에 처할 일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백전백승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이 잘못된 해석입니다. 무조건적인 승리만이 답이 아니라 정확한 판단으로 나와 동료, 혹은 부하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는 더 큰 개념의 해석이 필요한 사자성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결과보다는 나와 적을 잘 파악하는 과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라고 해석해야 옳습니다.




인생을 전쟁에 비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만, 나와 상대를 이해하는 과정이 동반된다면 서로에게 이기기 위한 전쟁이 아닌 서로를 돕기 위한 “사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취업에 연이은 실패로 낙담하는 청년들을 만나다보면 가장 많이 해주는 말이 바로 “지피지기”입니다. 기업과 인재 사이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주고받는 사업관계가 존재합니다. 서로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 절대 약자가 지원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정규직이라는 개념이 도입됩니다.


 

 

이러한 이해관계의 시작점이 바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통한 탐색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지피지기에 능한 반면, 지원하는 사람들은 지피지기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인재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만, 주입식 교육체계에서 암기경쟁으로 스펙만 높였던 청년들에게는 기업은 고사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해볼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하는 현실이, 반복되는 취업실패의 큰 원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학을 선택할 때,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하듯, 직장을 선택할 때 역시 자신의 삶에 대한 관철에서 이어진 직업적 목표를 바탕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첫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이 안정적인 급여에 있다는 점은 우리의 청년들이 철저히 이기적인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신입사원을 선택하는데 그만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기업은 우리나라에 많지 않습니다. 사회인으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점까지는 어떤 직장에서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시기에는 몸을 낮추며 겸손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무리한 투자로 이어왔던 학업에 대한 보상심리가 과도하게 높은 직장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높이가 높아진 사회 초년생을 어떤 기업에서 좋아할까요?

 

 

기업의 입장에서는 우리 교육체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고, 더 이상 스펙으로 인재를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자신들이 재교육이라는 과정을 거쳐 활용할 인재라면 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보다는 성장과정에 어떤 인간성을 만들었는지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논리적 지식을 학습하는 시간에 비해, 인간적 품성을 만드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기업과 지원자의 시각차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바로 지피지기의 핵심입니다. 과거, 보수적인 사회구조에서는 대가족의 구성원으로써 또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써 앞서 언급했던 충분한 인성을 만드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고 자연스럽게 학습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핵가족화와 산업화에 의한 개인주의의 팽배는 아이들을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존재로 만들었고, 그렇게 자신만 알고 성장했던 청년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신을 낮추는 일이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더구나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보편적인 상황이 되면서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청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무의미한 스펙 만들기에 연연하기 보다는, 사회생활로 대표되는 인간관계를 무난하게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집중하는 것이 취업에 더 효과적이다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스펙을 만드는 과정에서 경험하고 배우는 것들이 인성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만, 이런 경우는 스펙 자체가 목적이 아닌 자세였거나 이미 가정에서 충분한 인성교육이 선행된 경우라고 판단됩니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내 모습이 사회인이 되기에 충분한 훈련이 되어 있는지 평가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며, 이는 다양한 아르바이트나 인간관계 속에서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으로 증명될 수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서는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기업에 대한 공부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을 모르는 사람은 사회적 시선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답이라 착각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가장 좋은 직장이 월급이 잘 나오는 큰 회사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 대표적 예가 아닐까요? 자신의 현재 상황을 모르는 상태로 대기업이나 공무원만 좇는 현상은 모든 직업의 기준이 돈벌이 수단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그런 기준을 가진 사람이 운이 좋게 입사에 성공한다고 한들, 기업의 기대치에 맞는 일을 하게 될 확률은 매우 적습니다. 기업은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직원을 더 이상 활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게 되고, 서로의 비극이 시작되겠지요.

 

 

사람간의 관계나 기업과의 관계나 서로를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로 만남을 이어간다면 서로에게 불편한 스트레스만 늘어가고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맹목적으로 대기업 직원이 되려는 것과 상대의 경제적 조건만 보고 결혼을 결심하는 것이 결국 비슷한 선택 아닐까요? 즐거운 직장생활을 넘어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신다면,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Jason Park


공군 부사관, 국내외 항공사와 개발업체, 대학 등 에서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항공 및 기계분야 종사자들의 공동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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