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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정비사들의 공동체 AEROKOREA 를 이끌고 있습니다.

성장하는 정비사 공동체

정비이야기

항공정비 전공하지 마세요.

Jason Park 2020. 6. 17. 14:49

 

비행기가 좋아 조종사를 꿈꾸었고, 공군과 인연을 맺어 현실을 알아가면서 정비사로 직업을 전향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비행기라는 멋진 기계를 다루는 궁극의 즐거움을 맛보며 더 큰 즐거움을 찾게 되었고, 한국의 비행기로 만족할 수 없어 NASA를 목표로 준비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사람의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지만, 노력하는 과정에 남다른 직업적 희열을 맛보았습니다. 우연하게 시작된 교육자의 길을 걸으며 후배들에게 같은 즐거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AEROKOREA 라는 모임이 11년을 넘어갑니다. 초기에는 다양한 진로에 대한 정보를 나누었고 각종 학원이나 전문학교 등의 과도한 광고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했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던 것이 이유였는지 저 혼자만의 외침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만났던 많은 청년들 중에서 제 의지와 직업적 가치관에 동의하는 일부 청년들이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으며, AEROKOREA 라는 공동체를 이루어 또 다른 후배들을 돕고 있습니다.

 

이 일을 시작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보지만, 아직 제 능력이 부족하여 계획했던 것들을 10%도 완수하지 못했네요. 과도한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더 많은 청년들이 스스로의 직업에 만족하며 비행기와 함께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10년 전, 제가 강조하던 항공정비사의 직업적 전망과 만족도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기계는 단순화되고 있고, 이를 유지 관리하는 기업의 입장과 이해관계의 변화 속에 정비사에 대한 기업의 의존도는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기계를 만지는 정비행위에 대한 즐거움은 일부의 전유물로 남게 되고, 대부분의 정비사들이 단순노동으로 일관하는 상황으로 업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텔레비전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과거, 브라운관 TV 라고 불리던 아날로그 텔레비전은 고장이 나면 기술자를 통해서만 수리가 가능했습니다. 수많은 부품들의 역할과 관계를 이해하고 있는 진정한 정비사만이 수리를 할 수 있었지요. 그래서 기술자들이 대우를 받고 한 가지 기술만 있어도 창업할 수 있었고 평생직업으로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텔레비전을 보면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성능도 나아졌고, 무엇보다 소비자의 소비패턴이 달라져 고장이 생기더라도 수리보다는 교체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수리를 한다고 한들, 부품의 종류가 몇 가지 되지 않아서 제품의 수리라는 작업이 단기간의 교육만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수리해본 경험을 가진 분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삼성의 경우는 부품을 오픈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하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애플의 경우는 주변에서 수리점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부품의 종류도 몇 가지 없고, 다양한 종류의 부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아이폰의 경우는 직접 수리하는 청년들도 많이 있더군요.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비행기와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오히려 비행기는 상대적으로 고가의 제품이고 다수의 인명을 담보해야 하는 위험성을 가진 기계장치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나 유지와 관리 차원에서 바라보는 운용자의 입장에서 인간이 가진 위험성(Human Factor)을 줄이고 싶어 합니다.그래서 정비사의 관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같은 개념으로 비행기의 제작방식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사에 성공한 Space-X 우주선 내부 모습을 보셔도 쉽게 이해하실 수 있겠습니다. 이전의 우주선과는 차원이 다른 형태를 하고 있고, 조종사의 의미도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정비사라는 직업의 의미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정비라는 말에는 제품의 성능을 유지하면서 가능한 한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시키는 모든 행위가 포함됩니다. 그 행위들에는 청소와 같은 Service 부터, 난해한 결함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Troubleshooting 까지 다양한 작업들이 포함됩니다. 이런 작업들 중에서 다양한 경력과 노하우를 요구하고 많은 책임이 따르는 작업이 상대적으로 많은 만족도를 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운영자 입장에서는 반대로 소수 인원에게 정비를 의존하는 상황은 위험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배경으로 현재의 항공정비사들은 직업적 난도가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졌고, 그에 따라서 대우나 환경에 있어서도 이전의 만족도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이런 사태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추가적인 변화를 예측해 본다면 지금 항공정비사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긍정적인 이야기만 해줄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대기업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생각으로 항공정비사를 바라보는 입장이라면 별반 차이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더 깊이 있는 정비행위를 배우고 기술이나 직업적 성장을 바라는 입장이라면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셨으면 합니다.

 

기업이 생존을 위해 꾸준하게 변화를 도모하듯, 개인도 직업적 관점에서 꾸준하게 변화해야 합니다. 비행기는 이미 변화하고 있고, 이전의 경험으로 연연하던 정비사들은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미래를 바라보며 준비하는 청년들이라면 앞으로 변화될 상황을 예측하며 대응해야겠습니다.

 

항공정비사로 남지 않고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아야 할지 생각해보는 것부터 시작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현재 항공정비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직을 염두에 두고 더 많이 배우셔야 합니다. 몇 번의 이직을 경험하신 분들이라면 창업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아직 시작하지 않은 학생들이라면 학교나 전공, 스펙을 맹신하지 마시고 남다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아울러, 지금 생각하는 항공기나 정비의 개념을 떠나 자신만의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경험에 투자해야 합니다. 여러 영상에서 설명을 드렸지만, 기계와 음악, 기계와 요리, 기계와 미술 등과 같은 형식을 허무는 도전에 집중하셨으면 합니다.

 

 

융합의 시대에는 창의적 생각이 필요하고, 그 창의적 생각은 수동적인 공부로는 어렵습니다. 비행기 정비사가 되기 위해서 관련 전공을 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면 된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합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미래를 준비했던 기업들은 자격증이나 전공에 관계없이 인재를 채용했습니다. 항공정비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매년 5천명이 넘게 졸업하고 있으며, 공군에서 항공정비 부사관으로 근무했던 청년들도 매년 200명 넘게 전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항공사에서 작년까지 매년 채용했던 정비사의 수는 LCC 포함 200명을 넘지 못했던 것이 현실입니다. 그중에 전공자의 수는 몇 명이나 될 것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지금도 많은 청년들이 항공정비사를 꿈꾸며 관련 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자격증과 스펙을 준비하느라 많은 비용과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 눈에 보이는 조건에 집중하느라 정작 취업에 필요한 준비는 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지 못한 상태로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항공사에서 전공자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와 취업에 필요한 중요한 조건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많은 글로 알려드렸습니다. 더구나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또 다른 변화의 시점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이 되니, 준비하시는 분들은 각별히 변화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대기업 기준입니다.

 

 

이런 현상은 교육체계의 수준과 산업현장의 요구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이에 의한 결과이고, 아직도 30년 전의 내용으로 가르치고 있는 항공 관련 제도권 교육을 신뢰하지 마시라는 이유입니다. 이미 여러 영상을 통해서 제 생각을 공유하고 있고, 많은 청년들이 다양한 준비를 하면서 학습하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어제 시작했던 "전기자동차/전기비행기 정비이론 강의"의 수강생 중 한 명은 전기자동차 관련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아직 미래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왠지 재미있을 것도 같고, 자신의 사업을 하기 위해서 전기자동차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며 공부에 열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학습과정이 어렵기는 하지만,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면 더 많이 응원하고 싶어 집니다. 지금은 모두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남들과 같은 노력으로는 경쟁하기 어렵겠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공부의 의미는 남들이 모르는 것을 암기하는 공부가 아니라, 남들이 하지 않은 경험을 하시라는 의미이니 조금 더 생각하고 시간을 쓰시기 바랍니다.

 

 Jason Park

 

공군 부사관, 국내외 항공사와 개발업체, 대학 등 에서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항공 및 기계분야 종사자들의 공동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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