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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정비사의 이직

Jason Park 2020. 11. 20. 12:49

 

나름대로 항공정비사라는 직업에 정점을 맛보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스스로 정비직을 떠난 이유는 세상에 항공기 정비사보다 더 재미있는 직업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30대에 내린 이 결정이 지금도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며 다양한 경험담을 청년들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두고 고민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는 합니다만,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말 이면에는 그 하고 싶은 일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해야 한다는 뜻이 숨어 있습니다. 또한, 그 결정을 어느 시점에 내려야 하는지도 중요하겠습니다. 20대에 하고 싶은 일과 40대에 하고 싶은 일은 경험치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아니, 달라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아울러,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하게 되면 재미가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는 그 직업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표현인데, 돈벌이로 생각하면 좋아하는 일도 하기가 싫어지는 상황으로 인해 대부분의 일이 힘들다고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면서 돈도 버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항공정비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상당수는 비행기와 기계에 대한 호감에서 시작합니다. 항공기만 바라보면 즐겁다던 마음은 시간이 흘러가며 익숙해지고 직업인보다 직장인이 되어가며 무뎌져가고는 합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장하며 더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과정이 그래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런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기업에서 일을 해봤고, 결국에는 정비사라는 직업을 떠나 교육자라는 직업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기존의 개념과는 많이 다른 교육자로 해석하고 있고, 더 정확하게는 매니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국내 FSC 두 곳이 통합된다는 발표가 나면서 다양한 의견들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항공정비사 입장에서 경영자의 말을 믿고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을 계기로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청년들에게 취업을 지도하며 이직을 늘 염두에 두고 준비하라고 조언합니다. 기술직의 특성상 꾸준한 학습과정이 필수적이고, 더 나아가 연차가 늘어가며 조직에서 요구하는 수준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5년 차에 요구조건과 10년 차에게 바라는 조건이 다른 이유를 파악하고 그 투자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면 이번 통합과 같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리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항공사에 들어왔으니 정년까지 일하고 촉탁까지 가겠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기술이 발전하며 인간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지는 기술직이 늘어가며 이전과 같은 대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도 아셔야겠습니다. 과거에는 정비사의 기술적 수준이 정비의 질로 이어지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한 명의 정비사를 제대로 성장시키는데 많은 투자를 해야만 했습니다. 더 나아가 그렇게 성장한 정비사를 대우하는 것이 당연스럽게 인식되었고, 난도가 높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직업적 만족도를 키워주는 역할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항공기를 바라보면 과연 그때의 직업적 만족도를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입니다. 단순작업들은 점차 하청업체로 넘기고 있는 상황이고, 장비의 발전과 부품의 모듈화로 이전과 같은 난도의 고장 탐구도 필요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군대의 현대화 또는 자동차 업계의 변화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전기차가 나오면서 부품의 수가 줄고 제조나 정비에 필요한 인력이 줄어가는 상황이 항공기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국, 안전에 대한 요구도가 높은 항공기의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큰 위험요소인 인간에 대한 변수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는 인간에게 서비스를 담당하는 승무원보다는 조종사와 정비사와 같은 비행기 안전에 직접적인 변수가 되는 직종에 더 예민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부품의 수를 줄여 정비행위를 줄이는 것과 같은 변화는 자동화 시스템을 늘려가며 조종사의 관여도를 줄이는 것과 결을 같이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종할 줄 모르는 조종사와 정비할 줄 모르는 정비사의 수가 늘어가게 되고, 해당 직무에 필요한 인력의 수도 줄일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미 정비체계에서 이런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직에 종사하는 정비사들은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가 읽히고 있습니다. 제 예상이 틀려서 안정적인 직장으로 남게 되기를 바랍니다만, 만에 하나라도 우려하던 상황이 직접적으로 다가온다면 그때를 대비해서 지금 어떤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취업하는 청년에게 퇴직을 준비하라는 말을 강조하는 의미를 이해하신다면 현재 직장에 안주하지 마시고 이직을 위한 준비를 당장 시작하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현재 직장에서 더 성공할 수 있는 길과도 이어진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세요.

항공정비사가 이직을 준비한다면 어떤 분야가 좋을까요? 경험자 입장에서 가리지 말고 해 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저는 항공정비사를 첫 직업으로 가졌고, 국내외 항공사와 개발사의 경험까지 가졌지만, 미래를 생각하며 영업직과 교수직에 도전해본 경험도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취미도 가졌고,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지금도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직을 준비하기 전에 먼저 하셔야 할 일이 최종 목표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직장생활을 하게 될지 결정해서 스스로 정리하는 나이를 목표로 정하고 그 이후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그 직업에 따라 현재 직장에서 어느 분야로 가게 될지가 결정될 수 있겠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국내 항공사의 정비사들 상당수는 첫 번째나 두 번째 직업으로 항공정비사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라고 보입니다. 직업의 특성상 안정적인 환경에 놓인 경우가 많아, 이직을 하더라도 동종업계로 가는 상황이 많습니다. 대부분 경력을 강조하며 이직하고 있기 때문에 이력서와 자소서, 더 나아가 면접에 대한 요령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항공정비사라는 직업으로 평생 살겠다는 생각을 가진 분이라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키워가는 작업을 즐겨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취미가 또 다른 직업이 되기도 하고, 부업이 주업과 바뀌는 과정을 거쳐 자신의 사업으로 이어지는 주변의 사례도 많이 보았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을 통해 현재에 이르고 있고, 지금도 꾸준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뜻이 통하는 청년들과 목공사업도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미래에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사업에 대한 경험과 기계, 목공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직업을 돈벌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직업적 즐거움을 넘어 사회적 기여와 후진양성까지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확장시켜가는 시간을 거치면서 자신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올 수 있을 것입니다.

 

직업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직업도 주기적으로 점검을 해야 하고, 그 직업으로 인해 내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도 확인을 해보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이기는 하지만, 중년의 정비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 한 번은 점검을 해보시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항공정비사의 취업과 이직에 대한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최근 상황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현직 정비사들이 있다면 조금은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며 기회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혹, 제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돕겠습니다.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정비사의 이직준비

지난 주, "위기에 빛나는 정비사"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는데,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항공분야에 닥친 위기적 상황에서 항기원생들과 인턴정비사들의 연락을 많이 받고 대화도 나누어 보았습니

blog.daum.net

 

이 글을 읽는 분들께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Jason Park

 

공군 부사관, 국내외 항공사와 개발업체, 대학 등에서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항공 및 기계분야 종사자들의 공동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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