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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항공정비사

Jason Park 2020. 12. 9. 15:50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항공업계가 전례 없던 불황을 맞고 있습니다만, 2001년 미국에서 911 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었습니다. 그때는 유독 미국의 항공시장이 타격을 입었고, 많은 정비사들이 정리해고를 당하기도 했었습니다. 911 사태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예상할 수는 없겠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정직하게 일하며 업계에서 인정받는 정비사들은 시대적 위기 속에서도 큰 피해 없이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일부 정비사들은 이런 상황에서 더욱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직업인이라도 조직 내부와 업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가치를 증명하고싶은 욕구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스포츠인이라면 올림픽 메달이 그 정점을 인정받는 증거라고 해석될 수 있겠고, 가수와 같은 연예인들이라면 각종 시상식에서 받는 상이나 대중들의 관심에 비례한 몸값으로 증명할 수 있겠습니다. 일반 직장인들의 경우라면 가시적인 연봉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종사하는 분야나 기업에 따라 변수가 있어 객관적으로 지표로 삼기는 어렵겠습니다.

 

항공정비사라는 직업의 정점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나름대로 항공정비사라는 직업에서 주는 최고의 즐거움을 맛보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여느 직업과는 조금 다른 기준을 생각해봤습니다.

 

과거, 아날로그 항공기들의 정비는 정비사들에게 많은 공부를 요구했고 분업화된 업무체계를 넘어 항공기 전반을 이해하는 능력을 필요로 했습니다. 다른 부서(시스템)와 협력하거나 연관된 결함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자신의 업무는 물론이고 관련부서의 지식까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결국 항공기 전체를 생각하고, 단순한 기계를 넘어 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물리, 화학적 원리를 이해하며 비행기라는 복잡한 대상을 감각적으로 느끼는 수준에 이르게 되면, 초보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행동들, 초보자들에게는 마치 주먹구구로 오해받을 행동들까지 이어지며 항공기와 호흡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능력에 도달하게 되면 항공기가 살아있는 대상으로 느껴지기도 하며, 이런 감각은 기계적 이해능력이 항공기를 넘어 일상의 기계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게 해 줍니다. 본 블로그의 [일상의 정비] 폴더에 주변의 기계들을 수리하는 후기를 공유하고 있는데, 제가 이러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이유도 항공정비사라는 직업을 가졌던 덕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직업적 즐거움을 배가시키기 위해서 주어진 업무 한 가지만 집중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비행기도 점차 디지털화, 모듈화 되어가면서 정비과정의 난도가 낮아지고 오히려 시스템이 발전할수록 작업은 쉬워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하나에 집중하는 남자들의 일반적 습성이 직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항공정비사의 경우도 특정한 특기나 보직에 집착하는 경향으로 발현되기도 하더군요. 그렇게 업무에 익숙해지면서 다른 도전을 등한시하게 되고, 결국 한 직종에서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정비사 시절, 비슷한 사례를 많이 보았던 이유로 부단히 스스로 자극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했고, 다양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경험을 꾸준히 후배들과 공유했고, 취업을 넘어 현장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정비사의 본분과 직업적 목표를 잊지 말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렇게 노력하는 후배들이 늘어가고 취업은 물론 코로나 사태에서 더 바쁘게 일하는 정비사들이 주변에 많아지는 현상을 보며, 제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항공정비사로서 궁극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 자신의 업무에만 집착하지 말고 항공기 전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공부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앞서 언급했던 내용에서 기인합니다. 대기업의 부속품으로 전락하지 말고 스스로 직업인이 되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직업적 즐거움을 늘리기 위해 꾸준히 공부해야하는 직업이 항공정비사라고 말씀드립니다.

 

 

항공정비사 경력 20년이 되어서야 미국에서 진정한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한 정비사의 소식을 지난 주에 들었습니다. 많은 고생도 했지만,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며 또 다른 성장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이 참 뿌듯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위의 사례도 역시 한 보직에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업무역량을 쌓은 덕분에 취업이민을 통해 또 다른 도전으로 이어지는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항공정비사를 꿈꾸고 있거나 현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라면 시야를 더 넓여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공부나 업무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함정이, 정작 그 직업을 갖거나 원하는 위치에 도달하지 못하게 하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직업이 돈 버는 수단으로 머물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즐거움을 만들 수 있어야 하며, 그 즐거움의 궁극은 가리지 않는 공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재의 시선으로 필요 유무를 판단하지 말고 항공기에 관련된 공부라면 구분하지 말고 모두 해보세요. 

 

항공기는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공기만 제대로 공부해도 인간이 만든 기술의 상당부분을 이해할 수 있고, 그 정도에 따라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항공기 정비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소유의 자동차 정도는 어렵지 않게 정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선들이 있습니다. 현실을 모르는 고정관념이라 부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항공기를 제대로 정비할 수 있는 정비사라면 자동차는 물론이고 가정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전기용품 정도는 그 원리를 이해하고 적절하게 유지하며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간단한 정비도 당연하겠고, 새로운 제품들을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겠습니다. 즉, 항공기 정비로 배운 지식을 활용해서 생활 속에 만들어지는 기계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즐거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제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고, 지금은 후배들을 가르치며 성장시키는 즐거움도 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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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를 통해 알게된 지식을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사용할 것이 아니라, 주변을 돕고 사회에 기여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즐거움이 또 다른 공부로 이어지고 시간에 비례하여 전문성이 증가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한 조직에서 기대하는 최고의 정비사란 무엇일까요? 후배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정비사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최근에 만들어지는 항공기들의 경우 이런 수준의 능력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결국 자신과 같이 숙련되고 이상적인 팀워크를 만들어내는 후배들을 길러낼 수 있는 정비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선을 조금 더 확장해 항공정비사라는 직업을 가졌던 사람에게 이 사회가 기대하는 궁극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배려와 해택, 이전 세대의 도움으로 배우고 성장한 항공정비사가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후배들에게 나누는 모습이 아닐까요? 조직에서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후배를 키워내는 모습을 기대하듯, 사회에서도 자신의 직업을 즐기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에 기여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기대하지 않을까요? 최소한, 저 한 사람이라도 항공기를 통해서 배웠던 지식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청년들을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들에서 출발한 행동이 어느정도 결과로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항공정비사로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도 좋지만, 하나의 직업에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경험을 확장하며 성장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전망해보고는 합니다. 각자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인정을 받으며 일하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친구까지 추천하며 입사시키고 있는 모습들을 보고 있습니다.

 

 

 

이직 제안 및 인재 추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이직을 제안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유혹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이직 제안(스카우트 제의)을 받아봤지만 유혹이 될지 기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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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에서 시작된 배움의 기회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세상을 보는 눈으로 키워져 그 삶을 즐겁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항공기는 가장 배울 것이 많은 공부 수단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거의 모든 학문을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항공업계가 힘든 상황이고 항공정비사라는 직업적 미래도 그리 긍정적인 해석이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현직에 종사하는 정비사들에게는 조금 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주문하고 있으며, 이직을 하거나 애초에 다른 기계직으로 도전하려는 청년들에게는 시야를 넓혀주기 위한 경험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의 항공기는 자동차와 비슷한 변화의 과정을 거치며 전자제품화되어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즐거운 항공정비사가 되기 위해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한 발 뒤에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Jason Park

 

공군 부사관, 국내외 항공사와 개발업체, 대학 등에서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항공 및 기계분야 종사자들의 공동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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