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태풍으로 온 국민이 힘들었던 여름이 지나고 있습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청명한 하늘이 참 아름답지만, 아직 피해로 인한 여파가 남아있는 분들이 많더군요.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오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0년 여름은 코로나와 장마로 기억되겠지만, 제게는 잊기 힘든 기억 몇 가지가 더 추가되었습니다. 난관을 극복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배웠지만, 굳이 글을 쓰면서 공유하는 이유는 저와 같은 일을 겪으며 불필요한 손실과 고충을 겪게 되는 분들이 적어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청년들에게는 삶에서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2014년부터 사용하던 에어컨에 결함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점차 더워지는 시점과 겹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결함이 반복되기 시작했고, 서비스 접수와 수리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2주까지 연장되는 경험을 올 여름에 네 번 겪었습니다. 기계라는 것이 사용기간이 늘어가면 결함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수리하는 과정에 어려움이나 과도한 비용으로 수명이 단축되는 제품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6월까지 두 번의 수리를 마친 에어컨이 잘 작동되기를 바라며 7월을 맞았는데, 또 다른 결함이 나오더군요. 에어컨에서 냉기가 전혀 없이 바람만 나오는 결함이었습니다. 서비스 접수 1주일만에 찾아온 기사는 3분 살펴보더니 실외기 고장이라며 1주일을 더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가시더군요. 마침 연이은 태풍으로 긴 장마에 들어갔던 시기와 맞물려 힘든 시간들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비스 접수와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불편도 겪었지만 무던히 참고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또 하나의 사건이 터지고 말았네요. 옆집의 누수 원인이 우리집 배관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배관공사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두 집의 공사와 청소, 이웃집 손상에 대한 복구까지...
모든 작업을 마친 후 결함의 원인을 찾아보니 시공단계에 공사를 잘못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장시간에 걸친 누수로 이웃집 방 2개와 거실까지 강화마루가 모두 손상되었는데, 이런 상황이 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던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습기 관리가 되지 않아서 곰팡이부터 다양한 결함들이 눈에 보이는데 일일이 언급하고 알려드리기 힘들어 가능한 부분만 도움을 드리고 마무리했습니다.
손해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부분에 담보조건이 해당되어 현재는 보험처리를 해둔 상황이고, 이웃집의 수리는 보험회사에 연결해서 마무리 지었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이웃에게 드릴 수 있는 도움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도 하지만, 무지한 이웃을 만나면 거꾸로 제가 억울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주변의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이웃집에서 인사를 왔습니다. 보험처리까지 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시더군요.
누수공사를 마치고 비가 안 오는 날을 급히 선택해 아내의 기지로 예정일보다 일찍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감사한 마음이 드는 여름이었는지 모릅니다. 이전과 다르게 작업자의 안전을 생각해서 Bucket Truck 을 사용하며, 그 비용까지 제조사에서 부담한다고 하니 보기는 좋고 안심도 되었습니다.
작업은 간단했습니다. Condenser 라 불리는 부품만 교체하면 간단하지만, 문제는 이 부품이 결함이 생기면 안 되는 부품이라는 것입니다. 단순구조의 금속제로 제조상의 결함으로 냉매가 누출되는 결함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미 이런 사실을 제조사에서 알고 있었고, 리콜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조용히 부품비용만 받고 교체를 해주고 있던 중이었더군요.
이미 2015년부터 관련 작업이 마무리되었고, 지금 작업하는 제가 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들은 10만 원 미만으로 이 수리를 모두 받았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80만 원 이상의 비용을 들이며 작업하고 있는 상황도 알게 되었습니다. Bucket Truck 비용까지 소비자가 부담하는 상황도 벌어지더군요.
이번 기회에 Condenser 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 합니다. 우리나라 에어컨 업계에서는 Condenser (콘덴서)를 줄여서 "콘드"라고 부르더군요. 기사님이 오셔서 3분 만에 Condenser 결함을 판정 내린 이유도 이미 관련 결함을 반복적으로 많이 해보셨기 때문이라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 부품이 결함이 생기면 안 된다고 말씀드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금속으로 만들어진 부품이고 그 어떤 기계적 움직임도 부여되지 않기 때문에 이 부품에 결함이 생겼다는 말은 제조상의 문제 거나 작업자의 실수일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이런저런 불편과 작업자의 성향에 따라 Condenser 만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실외기 전체를 교체하는 경우도 꽤 있더군요. 앞서 언급했던 80만 원을 들였다는 분의 사례가 이런 경우에 해당되겠습니다.
이 Condenser 의 기능은 기화열을 이용해 냉각된 공기를 실내에 보낸 후 압축기를 거쳐 다시 냉매를 액화시키는 단계에서 열을 발산시키는 장치입니다. 아래의 개념도를 보시면 이해가 쉽겠습니다. 기계의 기능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면 관계된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쉬워지고 불필요한 오해나 불편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수리를 마치고 잘 사용하던 시간이 또 한 달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네 번째 결함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결함 코드가 확인이 되었습니다. "E1" 이라는 코드는 모듈 간 통신장애를 의미하는 결함 코드였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접수 1주일 만에 같은 기사님이 오셨고, 부품을 신청하면 1주일이 또 걸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또 지난한 에어컨과의 씨름이 시작되었고, 이런저런 테스트를 해가며 1주일을 더 버티며 기다렸습니다.
1주일 후, 서비스를 마친 아내에게 부품 교체한 내용을 들어보니 6월에 교체한 부품과 같은 내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에게는 이전과 다른 부품이라고 말하며 비용을 받아가셨다고 하더군요. 영수증을 확인하니 금액도 같고, PCB 2개를 교체했다고 표기되어 있는데, 이 제품의 PCB 는 6월에 모두 교체했기 때문에 결국 같은 부품을 또 교체했다는 의미가 확실했습니다.
괘씸한 생각이 들어 제조사 홈페이지에 항의를 했고, 1주일 만에 사과와 함께 환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간의 내용을 많이 압축해서 설명드렸지만, 소소하게 더 복잡한 일들이 많이 있었고, 해결하는 과정에 많은 수고를 들여야 했습니다. 기계에 대한 지식과 사람에 대한 지식을 고르게 잘 활용했던 여름이었고, 그로 인해 큰 비용 들이지 않고 무난하게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울러, 힘든 상황에 대처하는 아내와 아들의 모습을 보며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고, 그 모습을 보며 저 자신도 많이 배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힘들었던 여름 잘 이겨냈으니 가을과 겨울은 조금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 여름에는 에어컨으로 고생을 좀 덜할 수 있을까요?
Jason Park
공군 부사관, 국내외 항공사와 개발업체, 대학 등 에서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항공 및 기계분야 종사자들의 공동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강의, 상담 중에는 통화가 불가합니다.
문의 070-8747-8747
문자 010-2226-1784
'일상속 정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비사의 냉장고 청소 - 성에 제거 및 램프 교환 (0) | 2020.10.14 |
---|---|
냉장고 소음 잡기 (0) | 2020.09.25 |
구강 세정기 설치 및 사용기 (0) | 2020.05.24 |
CCTV 모니터 교환 - Cannibalization (0) | 2019.10.02 |
장난감 재활용 (0) | 2019.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