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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 정비

주방 수전 교체

Jason Park 2020. 12. 18. 17:32

 

살다 보면 무엇인가 고장 난 물건을 수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고장의 정도를 파악하고 직접 작업을 할지, 남의 도움을 받을지, 아니면 폐기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보통은 해당 제품의 제조사에 문의하여 수리비를 예측하고 교체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정비"의 개념을 모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정비라는 것이 수리작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품을 최고의 성능을 유지시키는 모든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제품의 작동원리나 내구성, 사용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스트레스 등을 예측하여 가장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시기적절하게 청소 및 관리 작업을 해주면서 고장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고장이라는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받아들이고, 결함이 과도하게 커져 2차적인 손상까지 일으키지 않도록 예민하게 관찰하고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런 모든 과정이 정비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 주변의 사물에 국한되지 않고 건강이나 안전에 관련된 내용까지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개념이 아닌가 저는 생각이 됩니다.

 

어제, 주방의 수전을 교체했습니다. 비교적 간단한 작업이기는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2차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을 미리 방지할 수 있었던 작업이기에 간단히 소개를 해드리고자 합니다.

 

평소 요리를 즐기기도 하지만, 아내의 편의를 위해 주방의 설비들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청소도 자주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싱크 하부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하수구 냄새와 비슷한 기분 나쁜 냄새더군요. 아내도 느끼고 있었다는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안되겠다 싶어 며칠 전 싱크 하부장을 열고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배수구에서 냄새가 올라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인지 확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싱크장 하부까지 들여다 보았는데,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아니었고, 내부를 들여다보니 물기가 있었습니다. 수전의 배관에서 물이 떨어져 싱크장 내부의 PB 가 물에 젖고 있었고, 냄새의 원인은 그 젖은 PB의 복합적인 냄새였습니다. Particle Board를 줄여서 부르는 PB는 폐목재를 잘게 부수어 접착제를 이용해 붙인 목재입니다. 당연히 나무 자체도 좋지 않을뿐더러, 다양한 오염물질이 나오기 때문에 환기는 물론이고 물에는 치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목공을 취미로 즐기며 자연스럽게 배운 내용이고, 주변에도 많이 알리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격 경쟁력이라는 부분에서 타협하기 힘든 조건이 많습니다. 그래도 가능하면 PB 중에서도 등급이 높은 제품을 선택하고 원목으로 만들어진 가구를 구매하려 노력하며 살고 있는데, 주방의 가구들은 제 선택의 몫이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무튼.... 역겨운 냄새를 빨리 제거해야하는 이유도 있고, 더 물에 젖으면 싱크장이 무너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결함을 파악해서 조치를 취해야 했습니다.

 

 

배관을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니 배관만 수리해서 될 일이 아니었습니다. 수전 자체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있었고, 누수를 잡는다고 해도 배관이 부식된 상황이라 수전을 교체하는 것이 현명하겠다 판단이 들었습니다. 8년 넘게 사용해온 제품이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 생각됩니다. 다만, 겉에서 보이는 결함이 없어 무심코 더 오래 사용했다면 싱크장까지 교체해야 하는 일로 커질 수 있는 결함이라는 것을 확인해야 합니다.

 

주방은 아내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몇 가지 옵션을 주고 선택한 수전을 주문했고, 어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사용하던 제품과는 다른 디자인인데, 사용과정에서 물기가 싱크 하부로 유입될 염려가 적은 제품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어제, 마침 전날 손가락을 다친 이유로 작업 시기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며칠 더 두는 것이 좋을 것은 없다고 판단되어 바로 분해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잠시 아들의 도움도 받았지만, 부식된 수전을 분리하는 일이 꽤나 힘이 들더군요. 배관의 외피에서 분리된 가는 철사들이 손을 찌를 수 있어 조심해야 했습니다. 작은 조각이 떨어져 발에 박히는 일도 있었으니 부식된 수전 배관을 교환하실 때는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분리한 수전을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부식된 부분이 심각했습니다. 적절한 교체시기에 작업을 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사용이 시작된 이웃들에게도 내용을 전파했습니다.

 

 

모든 작업을 마치고 수압을 조절하며 최적의 사용법을 찾느라 다양하게 사용을 해봤습니다. 이전의 제품에 비해 불편한 부분도 있었고 조금 더 편리한 부분도 있더군요. 8년 전 제품에 비해 나이진 부분도 있고, 오히려 못해진 부분도 있어 이전 제품의 부품을 사용한 것도 있습니다. 특히, 무게추가 너무 허술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제조사에 알려주었고, 저는 이전에 사용하던 추를 재사용했습니다.

 

 

단순한 작업이기는 하지만 아내와의 관계에 있어서 애정표현이 될 수 있고, 아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겠으며, 적은 금액이라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저 개인에게도 작업의 즐거움에 더해 배우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정비....배우고 싶지 않으신가요?

 

 Jason Park

 

공군 부사관, 국내외 항공사와 개발업체, 대학 등에서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항공 및 기계분야 종사자들의 공동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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