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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s Story

경험과 교육 - 포스텍 교육원

Jason Park 2023. 11. 22. 09:58

 

 

 

평소 경험의 중요성에 대해 청년들에게 꾸준히 강조하고 있던 차에, 입시교육에 매몰된 현세대의 학생 중 한 명인 제 아들이 했던 소중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제 아들은 현재 중학교 3학년으로 고등학교 선택을 두고 많은 고민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여느 학생들처럼 학교나 주변의 친구들에게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게 되었고, 아직은 대학에 대한 가치나 선택의 기준이 또래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학이나 전공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저 나름대로의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이제부터 하나하나 설명을 해줄 생각이기는 한데, 제가 했던 경험의 시기보다는 확실히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요즘 세대의 특징이라 느껴집니다.

 

 

입시만을 위한 활자 위주의 공부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했던 저는, 다양한 경험에 투자하는 공부를 추천하며 아들을 양육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아내와 많은 대화가 필요했으며, 주변의 다른 학생들과 그 어머니들의 일반적인 기준에 배치되는 결정을 할 때마다 그 대화의 양은 몇 배가 늘어나곤 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아들의 진로에 대해서 아내와 큰 이견이 없게 되었고, 조금 더 자주 "중요한 경험"에 투자하는 도전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에 하나로 "영재기업인 교육원"이라는 프로그램을 작년에 알게 되었고,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추천했지만 도전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추천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1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다시 추천을 하게 되었고, 마침내 아들의 도전 의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간단하게 교육원에 관한 소개를 드리면, 특허청의 설립인가에 의해 2009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교육기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KAIST 와 POSTECH 두 곳에만 있습니다. 재능이 있는 인재를 미리 발굴하여 기술기반 사업화 역량을 키우기 위해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2년제 교육과정을 진행하는데, 전국에서 80명 내외로 선발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포스텍 영재기업인교육원 | Postech Creative Entrepreneur Omphalos

 

ceo.postech.ac.kr

 

 

그렇게 시작된 도전의 첫 단계로 다양한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추천서 준비와 함께 자소서를 쓰는 일이 큰 난관이었습니다. 독후감이나 수필 형식의 글은 많이 써본 경험이 있었지만, 면접을 위한 자소서는 처음이라 많이 어려워했습니다. 자기소개서의 의미와 써야 할 내용, 형식 등을 설명하고 촉박한 시간이 아쉬웠지만 한 번의 조언만으로 만족하며 접수를 시켰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강조했던 부분은 자기소개서가 면접의 기준이 되는 만큼 진실만을 가감 없이 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소개서의 지원동기나 자신의 미래에 관한 질문에 답변을 작성하며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대화도 필요했습니다. 이런 경험만으로도 대입을 넘어 취업에 이르는 과정에 좋은 의미로 작용하게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서류 전형 합격자가 발표된 후 면접까지 약 1개월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면접 방법을 알아보고 아들의 생애 첫 면접을 위해 여러가지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면접이라는 경험 자체도 처음이지만, 성인들도 어렵다는 "페르미 추정" 방식의 질문들에 대한 연습과 압박면접에 대응하는 법, 개인과제와 팀과제에 이르는 2시간 이상의 면접을 대비시키는 일이 제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가르치던 방식을 기반으로 각각의 이유와 방식을 설명해주었고,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라도 할 수 있도록 자소서 기반으로 다양한 질문을 해봤습니다. 성인들 기준의 난도 높은 질문을 했더니 많이 당황스러워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훈련이 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 11월 첫 주말, 면접을 위해 당일 일정으로 포항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모처럼 장거리 운전이기도 했지만, 주말 하루에 왕복 800km 를 달려야 하는 일정이기에 체력 안배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새롭게 시작한 일이 바빠서 전날까지 많이 피곤했던 상태로 출발할 수밖에 없었고, 약간의 무리가 있더라도 오랜만에 포항 여행에서 면접만 보고 오기는 아쉬워, 관광지 한 곳 정도 방문할 수 있도록 조금 일찍 출발했습니다.

 

 

토요일 새벽에도 서울을 나가는 차들이 많아 포항에 도착하는데만 5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첫 방문지로 환호공원을 선택했고,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스페이스워크에 잠시 올라 포항의 전경을 구경하고 바로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포항이라고 해서 과메기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돈가스도 유명하다는 추천을 받아 찾아간 식당에서 인생 최고의 돈가스를 만났습니다. 음식의 맛도 맛이지만, 주인의 음식에 대한 철학을 가늠해 볼 수 있어 아주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판단도 그렇듯, 음식도 입으로 느껴지는 맛 한 가지로만 평가하지 않는 평소의 지론대로 아들과 음식에 대한 평가도 나누어 보았습니다. 돈가스를 비롯해 선택했던 모든 메뉴들은 굳이 다양한 지표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흡족한 음식이었습니다.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포스텍을 찾아갔습니다. 처음 가보는 포스텍에 대한 약간의 기대도 있었지만, 역시 공대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건물들 일색이었습니다.

 

 

면접을 기다리는 아들에게 자신있게 하고 싶은 말 하고 오라며 응원도 했고, 함께 조별과제를 수행하는 친구들의 면면을 살펴보라 부탁도 했습니다. 면접이 시작되고 아내와 2시간이 넘는 시간을 교정에서 보냈습니다. 산책하며 학교 전반을 둘러보기도 했고, 차도 마셨습니다. 대학시절을 회상하며,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이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스스로 시간을 돌리지는 못하더라도 자식을 통해서 그 효과를 누릴 수는 있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저는 제자들을 통해서도 실행하고 있고, 그 결과물들을 확인하며 살아가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했습니다.

 

 

 

 

 

2시간 30분의 시간이 지나, 드디어 면접을 마치고 나온 아들의 표정은 상기되고 당황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난도 높은 질문이 많았다며 흥분 섞인 목소리로 문답내용을 설명했습니다. 면접장에 들어갈 때와는 다르게 기분도 나아보였고 기운도 넘쳐 보였습니다. 처음 해보는 경험에 당황도 했지만 배움도 있었다는 결론을 내릴 때는 아주 뿌듯했습니다. 앞으로 하게 될 공부나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귀경길에 문경에 들러 저녁을 먹고 사과를 사서 돌아왔습니다. 10시간 넘게 운전하며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참 흐뭇한 하루였습니다. 면접 결과에 관계없이 기분 좋은 하루 보내고 왔습니다. 혹시라도 저와 같은 경험을 고민하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도전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과학중점고등학교를 지망하고 있는 아들이 만약 위의 교육원에 합격을 한다면 이후의 과정도 꾸준히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나누며 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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