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정비사의 현실에 대한 내용을 다뤄볼까 합니다.
제가 군에 들어갈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 공군의 정비능력이라고 해봐야 미군에서 배웠던 내용을 그 이유도 모르고 답습하여 실행에 옮기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일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모습들은 과거 2차대전에서 사용하던 비행기를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비행을 하게하는 능력(?)으로 비춰지기도 했었지요.
이는 물론 없는 놈의 자기합리일지도 모르고 있는 놈의 사탕발림일 수도 있습니다만 중요한것은 정비사 하나하나의 자질이며 그렇게까지라도 이어올 수 밖에 없었던 환경적인 문제가 아닐까 생각되어 지는군요.
어느 직업이건 마찬가지겠지만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면 메너리즘에 빠지고 타성에 젖어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더이상의 자기개발에 동기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군인의 경우는 직업적 안정성에 빗대어 더 쉽게 나태해지기도 하지요.
그것이 어찌보면 우리 군의 발전이 더딘 원인이 아닌가 생각도 하지만 사람이 변하기 싫어하는 기본적 특성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는 현실이거니와 그렇게 이어왔기 때문에 현재까지 큰 문제 없이 이어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이중적 잣대를 대어보기도 합니다.
공군에서 정비사로 일을 하는 사람의 경우 처음에는 보통의 군인처럼 이런저런 배움의 연속이고 정신없이 보내다가 시간이 감에 따라 자신이 배웠던 경험에 의지해 일상적인 행위의 반복을 경험하게 됩니다.
같은 일상의 반복과 비슷한 항공기와의 비슷한 결함들과의 만남들....
그렇다보니 특별한 노력없이 경험에 의한 정비를 하게되고 더이상 노하우가 아닌 습관에 의한 정비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현직에 있을 때 많은 선배 정비사들의 그러한 행태를 보면서 평소 궁금증이 많았던 제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점차 늘어나게 되었고 저는 다른 해결책으로 T.O(Technical Order)를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었습니다.
T.O 에는 그제껏 제가 봐왔던 것과는 다른 너무도 많은 것들이 들어있었고 그제서야 진정한 정비의 맛을 느끼면서 제 자신의 개발을 위해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정비작업을 할 때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경험은 비단 저 혼자만의 기억은 아닐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 군뿐만 아니라 보통의 기술관련 직종의 경우 후임들을 교육하는데 있어 체계적으로 기초교육부터 지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여집니다. 선임이 자신이 부리기 편한부분이나 정말 필요한 부분만 압축해서 교육을 하고 기간이 지남에 따라 쌓여가는 경험에 의한 정비의 되물림이 되다보니 이런 안좋은 습관들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이 드네요.
군인이라는 직업...참으로 안정되고 좋은 직업입니다.
하지만 저같은 성향의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답답한 직업이더군요. 적성에 맞지 않았다는 부분이 크겠지요.
때문에 일찍부터 전역 후의 삶에 대한 준비를 하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남다른 노력과 고초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군인은 현실에 만족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만족의 유효기간에 있는데 보통은 젊은 시절에는 이런저런 노력도 많이 하지만 일찍 결혼을 하고 가정에 안정을 찾는 것이 대체적 추세인 것을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직도 안정적 삶에 더 비중을 두는것 같더군요.
나이가 들어 아쉬움을 느낄 시기가 찾아오지 않을까요? 그 때 좀더 노력해서 도전할껄....같은 후회는요?
지금의 현실에 만족하시나요?
과거 본인의 노력에 아쉬움을 없으신가요?
누구나 다 있을겁니다. 그렇다면 미래에 또 내가 그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요.
그러한 후회가 없으려면 지금 더 노력해야할 것 같습니다. 도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작 변화하지 못하더라고 노력한 만큼은 분명하게 다른 어떤 보상으로라도 돌아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물론 저도 안정적 생활이 중요하다고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안정이라는 미명하에 너무 나태하고 방관하는 삶은 결코 원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기회도 많고 젊은 열정도 충만한 시기인데 보다 넒은...보다 높은 곳까지 가고 싶은것이 인지상정 아닐까요?
지금의 군인들은 그래도 인터넷의 덕인지 정보도 많이 알고 일찍부터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도 저는 후배들에게 도전하고 준비하라고 늘 당부를 합니다. 정비사로 평생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세상에는 본인이 더 즐겁게 더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지요.
군 시절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된 미군과 미국항공사의 직원들 덕분에 미국에 항공기 시장에 대하여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목표를 미국으로 만들게 되더군요. 눈으로 확인한 미국의 항공기 시장과 정비사라는 직업은 제 상상을 뛰어 넘었습니다. 다른 세상에 온 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얼마나 좁은 우물안에서 놀고 있었는지 되돌아 보게 하더군요.
이제 우리는 밖으로 나가야합니다. 미국 항공기 정비사의 과반수가 동남아 계통이라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수치라고 생각됩니다.
그들이 결코 우리 정비사보다 잘하지 않습니다. 공군에 신기종 도입사업때 함께 일했던 미국인은 기술이전을 하러 왔다가 오히려 제게 배워갔던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의 기질이나 정비능력은 그들에게 절대 뒤쳐지지 않습니다. 다만 언어의 문제겠지요.
우리 정비사들...조금 더 각성해야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더 노력해야합니다.
미래의 정비사를 꿈꾸는 분들...지금보다 더 열심히 준비하셔야 합니다.
남과 다른 길을 가겠다고 생각하셨다면 남과 다른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모니터만 보고 있지 마시고 발로 뛰시길 바랍니다.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분만이 정말 원하는 것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졸필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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